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17일 다 함께 살기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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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다 함께 살기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나무 위에 올라가 당신을 보고 있는 자캐오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신통력 때문이 아니라 누가 봐도 그 모습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는 이 동네에서 왕따입니다. 아무도 저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도 되겠느냐고 물으신 게 아니라, 당신은 그 집에 가셔야 한다고 선언하셨다. 그 이유는 그것이 당신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10).”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나누고 분류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나와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때로는 그렇게 잘 나누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모두를,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까지도 당신 집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라신다. 하느님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하늘나라가 내겐 지옥이 될 것이다. 싫어하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하니 말이다. 내가 바라든 안 바라든 하느님은 당신 뜻을 이루시고야 말테니 내가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나누고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나는 어느 편이냐고 굳이 묻는다면 쑥스럽지만 나는 예수님 편이라고 말해야 한다.

 

하느님은 나를 죽도록 사랑하신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도 그렇게 사랑하신다. 못마땅하지만 사실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이 우리와 다를 게 뭐 있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매번 죄를 용서해달라고 청할 수 있겠나. 입으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말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미성숙한 유아기적 사랑이다. 계속 그렇게 살 거라면 굳이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된다. 기도도 필요 없고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런 사랑은 누구나 다 한다.

 

얼른 내려오라고 자캐오에게 말씀하셨다. 그곳에서 그런 모습으로 그렇게 있는 건 보기에도 민망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속내가 그러니 사는 게 기쁘거나 행복하지 않다. 예수님은 그에게 회개해라고 나누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고백했다(루카 19,8).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가려져 있는 바람이다. 나누고 분류해야 안전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그러면 나도 그 안에서 분류되고 밀려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도 그럴 거라는 불안이 찾아든다. 다행히도 하느님은 그러시지 않는다. 이제 내 마음만 바꾸면 된다.

 

예수님, 분류하고 밀어내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한 집에 사는 게 불편한 것처럼 미워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게 잘 안됩니다. 됐다 안 됐다 합니다. 억지로라도 말뿐이라도 그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주님 마음을 알게 되겠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남자의 도움 없이 수태할 거라는 천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시는 하느님을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그 믿음을 전해주십시오. 그러면 저도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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