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2일(그리스도왕 대축일) 예수님이 다스리시게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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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그리스도왕 대축일) 예수님이 다스리시게

 

교회는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낸다. 예수님께서 늘 우리를 다스리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라는 고백이다. 우리 임금님은 우리를 사랑으로 다스리신다. 사람이 되시고 죄인으로 몰려 죽을 수 없는 분이 죽음의 세계까지 내려가셨다. 하늘에서 저 땅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셨다. 수태에서 죽음까지 그리고 죄인으로 사형 당하는 수모도 겪으셨다. 그분은 안 해보신 게 없으니 우리에 대해 모르시는 게 없다.

 

대놓고 대통령도 욕하는 시대에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을 묵상하기 쉽지 않다. 하느님은 창조주요 심판자로서 우리에 대해 그런 권한을 가지셨지만 그분은 우리에게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으로 당신께 복종하기를 강요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정반대로 그분은 우리를 섬기신다. 그래서 우리가 당신께 순종하지 않을 수 없게 하신다. 자발적으로 순종하게 하신다. 아니 그렇게 될 때까지 계속 나를 섬기신다. 용서하시고 도와주시고 구하시고 이끌어주신다.

 

시골에서 사목하는 한 선교사가 그러는데 어느 날 동네 사람이 묻기를 교황이 천주교에 속한 사람이냐고 묻더란다. 우리에겐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이지만 교우는 전 국민의 10%뿐임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이슬람교인들을 총칼 든 무서운 사람들로 생각하는 우리와 다를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잘 모른다. 알아도 잘못 안다. 우리가 왜 하느님을 섬기고 따르며, 그걸 잘 못해서 가슴을 치는지 잘 모른다. 심판과 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분이 우리에게 너무나 잘해주시기 때문이다. 종처럼 나를 섬기고 나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으시기 때문이다. 가끔 성찬례를 주례하며 문득 오늘도 나를 위해 이렇게 수난하시고 목숨을 내놓으시는 주님 생각에 울컥해서 곤란해질 때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 너무너무 송구한 거다.

 

우리를 다스리시는 임금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그러나 마냥 좋으실 수만은 없다.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당신의 계명이 진리라고 증언하셨지만 끝까지 그걸 지키지 않으면 그분도 그때에는 ‘나는 그를 모른다(루카 13,25.27).’고 하실 수밖에 없고 그에게 문은 닫힐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그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이니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켜야 한다. 잘 안된다면 내 의지력에 기대지 말고 주님께 맡겨야 한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는 나의 판단과 심판을 잠시 유보하자. 아니 하지 말자. 임금님이 알아서 다 하신다. 이렇게 좋은 분이시지만 마지막 날 심판은 쌍날칼처럼 날카로울 것이다. 양과 염소를 정확히 가르실 것이다. 잘하지 못하고 실패한 게 아니라 아예 하지 않은 걸 심판하실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작은 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잘 해줬느냐고 물으실 것이다.

 

저의 주인이신 예수님,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나무는 한 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데 제 마음은 늘 그 자리 그 모양인 것 같아 속상합니다. 지금은 여린 바람결처럼 속삭이듯 말씀하시며 늘 용서하고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지만 그날에는 이 말씀들이 천둥처럼 울리고 벼락처럼 제게 떨어질 것임을 잊지 않습니다. 그날이 제게 감격과 영원한 기쁨이 되게 오늘도 주님 편에 서 있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늘의 여왕다우신 품위로 저의 마음을 다스려 저를 아드님의 나라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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