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9일 위로(+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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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위로

 

어느 저녁 라디오방송에서 MC는 오프닝멘트 후에 마치 그 프로그램 제목을 소개하듯이 언제나 이 말을 한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말 아닌데 사람들은 그 말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소박하지만 깊은 감동이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꽉 막힌 도심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 또는 아직 집에 가지 못하고 또 어디로 가는 중에 그들은 혼자서 귓속말을 듣는 것처럼 그 말은 듣는다. 지치고 피곤해서 우울하던 중에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 그 말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이성적 추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싶다.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잘 아는 그에게서 직접 들으면 더 좋겠다. 그러면 어떤 어려움과 도전도 다 견디어낼 수 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살아서 그런지 우리는 그런 말을 하는 데 인색해졌다. 너무 안 하다 보니 그런 말을 아예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을 하는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을 닮았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7).”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고 당신이 하느님이란 걸 드러내신 말씀이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 그분이 하느님이 아니라면 이런 말씀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실 수 없었다.

 

예수님이 그렇게 약속하실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기 때문이다(마태 11,29). 폭력은 두려움의 표현이니 그 반대로 온유한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끝까지 온유하다면 그는 하느님과 가깝다. 예수님은 끝까지 온유하셨다. 십자가 위에서까지 온유하시고 선을 베푸셨다. 그것은 주님이 전지전능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에게 언제나 순종하셨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다. 적들이 그분을 붙잡아갈 때 만일 그분이 아버지께 청해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불러내셨다면(마태 26,53), 십자가 위에서 박힌 못을 빼고 땅으로 내려오셨다면(마르 15,32) 그분이 메시아 구세주시란 사실이 증명되었을까?

 

부모들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하느님은 지칠 줄 모르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이사 40,28). 그분은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신다. 혹시 젖먹이를 잊어버리는 엄마는 있을지 몰라도 하느님은 우리를 잊지 않으신다(이사 49,15). 우리가 잊어도 당신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신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란 말로 받는 위로 그 너머에서 주님의 온유한 마음, 진짜 하느님의 마음을 만난다.

 

주님, 주님은 온 세상 언어를 다 하지 못하시겠지만,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을 불러 주님의 마음을 그들의 언어로 전하게 하십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사셨던 것처럼 이제 주님의 온유한 마음은 저희들의 언어와 눈빛 그리고 소박한 실천으로 전해집니다. 깊은 곳에서 들리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지치고 피곤한 이들을 위로해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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