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0일 함께 사는 세상(+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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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함께 사는 세상

 

‘수능 자릿세’란 말을 들었다. 고3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르고 그 책상 주인에게 자리 잘 썼다고 초콜릿, 사탕, 마스크 등을 남기고 간 것이다. ‘소중한 자리 빌려줘서 고마워요. 내년에 수능 잘 치르세요.’ 등의 메시지도 남겼다. 그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쁘다. 다시 생각하니 감동이다. 공부도 힘든 데다가 코로나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더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예쁜 생각을 했을까?

 

어린 학생들에게 큰 거 배웠다. 세상은 그렇게 사는 거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시험 잘 치르고 좋은 점수 받아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 생각했다. 나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도 그렇고 검찰개혁인지 법무부 장관과 검찰청장의 기 싸움인지 모르는 공무원들의 그 행태들 모두 자신만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재난이고 소란인 것 같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조용히 살고 야생동물들의 삶을 존중해줬더라면 그리고 이 소란을 피우는 그들이 공무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서 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세상은 함께 사는 거다. 나 혼자서 그리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살 수 없다. 교회는 사유재산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독점적이고 절대적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세상 만물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 생명도 그분의 것이다. 여기 사는 동안 받은 생명을 잘 관리해야 한다. 내 것뿐만 아니라 남의 것도 그리고 길짐승 집짐승도 나무들도 잘 돌봐주어야 한다. 하느님이 그러라고 하셨다(창세 1,28). 우리가 그것들에게 이름 지어 붙였으니 우리가 책임진다. 잠시 관리하고 있는 것들로 나와 이웃을 보살핀다.

 

“두려워하지 마라, 벌레 같은 야곱아 구더기 같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이사 41,14).” 우리를 벌레와 구더기에 비유하는 말씀이 듣기 거북하지만 사실이다. 우주까지 갈 것도 없다. 산이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그 말뜻을 바로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하느님이 벌레와 구더기처럼 되셨다. 사람이 되셨고,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희생하셨다(이사 52,14). 이 모두가 벌레와 구더기 같은 우리를 위해서 하신 일이다. 세상은 함께 사는 거라고 가르쳐주신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벌레 같은 저희를 당신 품 안에 두시려고 안 하신 게 없습니다.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 하시는 아드님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아드님을 통해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편 가르지 말고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담쌓지 말고 인내하고, 용서할 수 없을 때마다 제가 얼마나 많이 용서받았는지 기억나게 도와주소서. 함께 사는 세상 안에 나 있는 구원의 길을 발견하게 이끌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는 아드님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보여주십니다. 그분은 사람이 되셔서 저희와 함께 살고 계신 전능하신 하느님의 말씀이십니다. 그분을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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