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12일 목이 뻣뻣한 백성(+ mp3)

12월 12일 목이 뻣뻣한 백성

지치고 피곤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렇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조심해야 하고 ‘혹시?’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 만남을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 할까보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 쓰고 밥상에서도 대침묵 피정 하듯이 밥을 먹게 될 것 같다. 우울해진다.

이렇게 사는 게 일상처럼 되어 버린 것 같은데도 이런 생활방식에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는 이것은 변화가 아니라 재앙이기 때문이다. 극복하고 복구해야 할 재난이다. 하느님이 말 안 듣는 우리를 벌하시려고 바이러스를 뿌리신 게 아니라, 예언자들을 통해서 경고했던 말씀을 무시했던 결과인 것 같다. 환경보호, 소비주의, 물질주의, 양극화 등은 거의 매일 듣던 말들이다. 우리가 자초한 거다. 나는 안 그랬다고 말하지 말자.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이 멈추지 않는 게 그 증거다.

확진자 숫자가 한두 명 나오던 때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대유행을 예언했다. 믿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때 그 말을 잘 들을걸. 구약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을 목이 뻣뻣한 백성이라고 표현하곤 한다(탈출 32,9). 우리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손수 지어 만드신 분께서 하늘에서 우리 모두를 내려다보시며 말씀하시는데도 우리는 듣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아니라 우리 목이 뻣뻣하다.

나라면 이런 녀석들은 벌써 쓸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하느님은 나와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구하신다. 우리는 제멋대로 굴어도 하느님은 언제나 성실하시니 당신 약속을 꼭 지키신다(2티모 2,13). 우리를 언제나 도와주시고 반드시 구원하신다. 어떤 죄도 용서하신다. 예수님은 죽은 이도 되살리셨다. 이게 우리 희망이다. 그러니 하느님 말씀 잘 듣자. 여기저기서 예언자들을 통해서 하시는 말씀을 잘 듣고 따르자. 그때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을 제멋대로 다루었던 것처럼(마태 17,12) 그러지 말자.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 말씀을 잘 듣게 할 수는 없어도 우리 그리스도인만이라도 잘 듣자. 우선 나부터 하느님 말씀을 잘 듣자.

주님, 이 재앙이 지나가기를 조심하며 기다립니다. 이 복역 기간이 끝나면 뻣뻣하던 목이 수그러들어 공손하게 머리 숙여 주님 말씀을 듣고 따를 겁니다. 아니 지금부터 따르겠습니다. 그사이 잠시 멈추고 하느님 말씀을 기억하고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더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수고하는 모든 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하여 주소서. 그리고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하는 지도 가르쳐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