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5일 회개와 사랑(+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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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회개와 사랑

 

아침에 현관문을 조심스레 열면 고양이들이 아우성친다. 나를 반가워하는 게 아니라 밥 달라는 소리고 왜 이제 나오느냐는 불평인 줄 안다. 서운하지 않다. 그 녀석들은 나를 좋아해야 할 의무가 없다. 반면 나는 어쩌다 보니 고놈들 돌봐줘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하얀코 까만코 이름까지 지어 불렀으니 어쩌겠나. 그렇지만 춥다고 그 녀석들을 집 안으로 들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다.

 

나를 반기지 않지만 그 녀석들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가끔 등을 쓸어주는 게 좋다. 그동안 아주 잠시지만 이런저런 걱정 고민을 잊는다. 보살핌을 받는 것보다는 보살피는 것이 더 좋다. 사랑받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그리고 섬김을 받는 것보다는 섬기는 것이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사랑의 수고스러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수고가 있어서 내 보살핌과 섬김은 가치 있고 실제적인 것이 된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지는 이 엄중한 시기에 사랑 타령이나 한다고 비난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수님 시대에 전염병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때도 사람들은 몹쓸 병으로 죽고 고위층의 비위와 착취로 힘들었다. 강대국의 침략과 전쟁도 있었다. 지금과 겉모양만 달랐을 뿐이다. 예수님은 서민들의 생활과 정치권의 권력 구조도 다 아셨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회개를 요구하셨고 사랑을 실천하셨다. 믿음 희망 사랑 중에 마지막까지 남고 영원히 이어지는 건 사랑이다.

 

100세 시대를 넘어 앞으로 150살까지 살 거라고도 한다. 그래봐야 시간을 만드신 하느님 안이다. 아무도 그분을 벗어날 수 없다. 하느님은 참고 기다리신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2베드 3,9).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도 회개하기를 바라셨다. 하느님은 당신이 빚으신 모든 이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외아들까지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셔도 우리를 회개시키지는 못하시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맨날 회개하라고 서로 사랑하라고 외치시지. 마음을 바꾸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 그리고 나의 몫이다. 오래 전에 코헬렛이 꿰뚫어본 것처럼 인생사 모든 게 다 허무다. 내가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내가 온전히 할 수 있는 것은 회개와 사랑이다.

 

예수님, 꽁꽁 얼어버린 땅에서도 몇 달 후면 또 파란 잎과 꽃이 피어납니다. 전쟁 중에도 사람들은 사랑했답니다. 이 모든 게 다 지나가는 것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남는 건 사랑뿐입니다. 여기서 영원히 살 것처럼 사랑하고 내일 떠날 것처럼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는 못 하지만 주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길을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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