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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12월 29일(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자비의 상처(+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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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자비의 상처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탈출 13,2.12.15)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이집트인들에게 내린 열 번째 재앙에서 이스라엘을 구하셨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예절이었을 것이다. 열 번째 재앙은 맏배가 죽는 것이었다(탈출 11,5). 그렇게 예물을 바쳐 마리아와 요셉은 하느님의 아들을 기르게 됐다.

 

그때 시메온 예언자는 그 아기가 바로 메시아 그리스도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커서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것이고, 아기 엄마 마리아는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루카 2,34-35) 예언하였다. 그 표징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다. 예수님은 아직 아기라서 그 예언을 못 들었겠지만 어머니는 들었다. 어머니는 평생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예수님은 어른이 되면서 당신의 운명을 알게 되셨을 거다. 군사의 창에 찔린 예수님의 상처가 표징 중의 표징이고, 그 모든 것을 끝까지 지켜본 어머니의 영혼이 칼에 꿰찔린 상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1베드 2,24).

 

예수님의 상처는 하느님 자비의 상징이다. 그분은 당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쳐내시거나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이들에게 보복하지 않으셨다. 그 대신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다(루카 23,34). 그분이 구세주이신 줄 모르고 그런다고 예수님은 그들을 변호하셨다. 예수님은 당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죄인들을 위해서 일하셨다. 마지막 숨까지 이웃을 사랑하셨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주님의 새로운 계명이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것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제 멋대로 해석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웃을 제 자신처럼 사랑하는 계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레위 19,18.34). 그런데도 그것이 새로운 계명이 된 것은 그들이 그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예수님이 그 모범을 남겨주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모르는 사람(루카 10,29-37)에게도 이웃이 되어주고, 원수까지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한다(마태 5,44). 그렇게 살면 우리는 이리 떼 가운데 양들 같은 존재가 될 게 뻔하다. 그 가운데서 살기 위해서는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야 한다(마태 10,16).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맷집이란 말이 있듯이 상처도 계속 받다보면 이력이 난다. 게다가 하느님이 우리가 할 수 없는 걸 하라고 하셨을 리가 없다. 아프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예수님, 자주 실패하지만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다시 도전합니다(1요한 2,4). 그렇게 계속 재도전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그 상처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믿는 만큼 실천하고 실천하는 만큼 주님께 대한 제 믿음은 깊어지고 굳건해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이, 하느님이 그런 수치와 모욕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셨습니다. 그 자리에 있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인내를 터득하셨으니 끝까지 저를 참아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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