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18일 낯선 사람처럼(+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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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18일 낯선 사람처럼

 

자살하려는 사람을 극적으로 구했다는 소식을 가끔 접한다. 그를 구한 사람은 친구도 가족도 아닌 모르는 사람이다. 자살 계획이 실패했는데도 거의 모든 사람이 그를 구해준 사람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는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었다는 뜻이다.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단 한 사람의 지지와 사랑만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의 진정한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선의와 호의를 베푸는 마음에 거짓과 위선이 스며있을 수 있겠지만 자살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에 그런 것들이 있을 미세한 틈도 없다. 그러니 그를 구한 사람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 없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가 있었을 거다. 그들이 그가 죽기를 바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 절망의 끝에서 그를 도와준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었다. 우리는 이상하게 가까운데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일상을 늘 함께해서 서로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나는 너를 잘 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익숙해도, 가족이어도 그는 엄연히 나와 다른 인격체이고, 하느님이 목숨을 바친 사랑을 받는 존재다. 그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항상 그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대하신다는 걸 알게 된다.

 

하느님처럼 나에게 낯선 존재는 없다. 그분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분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죄인을 구하려고 자식을 희생시키는 부모는 없다. 부모의 마음도 잘 모르는 데 자식까지 희생시키는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예수님은 당신을 혼인 잔치의 신랑에 비유하셨다(마르 2,19). 결혼식장은 시끌벅적하다. 신랑·신부의 기쁨이 하객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신부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신랑의 마음은 상상할 수 있다. 이사야서는 돌아온 죄인을 맞이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이렇게 비유했다.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이사 62,5).” 하느님은 우리가 살기를 바라신다. 아들을 내어주고서라도 우리를 살려내기를 원하신다. 자살하는 사람의 손을 붙잡은 낯선 사람의 마음에 거짓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도 믿을 수 있다.

 

예수님, 사랑하며 하느님 사랑을 알고, 자비를 베풀며 제가 얼마나 큰 자비를 입었는지 깨닫습니다. 사랑은 방사하고 끌어당깁니다. 저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 사랑이 이웃에게 퍼져나가고 사람들은 하느님을 알게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그에 대해 제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아드님의 계명을 지키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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