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5월 25일 때와 의미

5월 25일 때와 의미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비참한 존재가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 의미를 하느님 안에서 찾는다. 자신의 인생을 하느님께서 적어 내려가시는 구원의 역사로 이해한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차자 한 여인을 선택하여 준비시키시고 그녀를 통해서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계시던 자유로운 분이 이 답답한 세계로 들어오셨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시간은 구원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예수님이 요르단 강으로 들어가셔서 축성된 그 물로 우리를 씻으셨던 것처럼, 무의미한 시간을 구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셔서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주셨다. 다른 마음과 눈으로 세상과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셨다.

하느님이 마리아를 선택하셨던 시간이 왜 그 때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비록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지만, 우리의 인생이 구원의 시간이 된 것이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다. 그분만이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유일한 중개자이시다. 성모님은 그 일에 협력하셨고 오늘도 그러신다. 그것은 성모님이 자원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그분을 선택하셨고 또 예수님이 당신 제자들을 그분에게 맡기셨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우리의 시간이 의미를 가지게, 구원의 시간이 되게 해주신다. 우리를 아버지 하느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신 예수님께로 이끌어주실 것이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그 때는 달력에 적어 넣을 수 없다. 지혜로운 농부는 달력이 아니라 들판을 보고 그 때를 안다. 자연의 운기를 달력이라는 작은 네모 안으로 구겨 넣을 수 없다. 자연의 운기는 자연에서 읽어야 하고, 하느님의 때는 하느님이 알려주신다. 그것을 믿으면 오늘의 시련, 메마름, 도전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 때가 있고, 다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