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9월 19일(연중 제25주일) 종(+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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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9월 19일(연중 제25주일) 종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가장이지만 가정의 실제적인 중심은 어머니다. 가족은 그에게 청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에 대한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거나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게 될 때에 비로소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한다. 남편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식에게 엄마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은인이고 철회되지 않는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에게 종이었던 그가 가장 높은 분이 된다.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우리 마음은 엄마 같은 하느님을 찾는다. 신학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로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걸 알지만 일부 원시 부족이 여신(女神)을 숭배하는 걸 생각하면 우리도 하느님을 어머니, 아니 엄마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그러면 하느님과 더 쉽게 친해질 거다. 정서적으로는 아니어도 말로는 하느님은 이미 엄마 같은 분이다. 사랑, 자비, 너그러움, 치유, 포옹, 청하는 것을 들어주심 등 우리가 사용하는 하느님에 대한 수식어는 대부분 여성적이다.

엄마는 그런 요구를 그냥 척척 다 들어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젊은 엄마들이 엄마 생각하며 홀로 울고 그러나 보다. 하느님은 분명 엄마 이상이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만, 하느님은 죄인을 위해서 외아들을 희생시키신다. 인간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찬례 안에서 매일 그렇게 하시고 우리는 그분을 모시는데도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만큼 감사하지 못한다. 하느님은 십자가에서 신성(神聖)을 감추시더니 성체 안에서는 인성(人性)마저 감추셨고, 이제는 그 고마움과 송구함도 느끼지 못하게 하신다. 주님은 철저하게 우리의 종으로서 끝까지 우리를 섬기신다.

하느님은 온 세상에 다 드러나 계시지만 아무도 그분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전해 받은 신앙으로 그분에게 한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을 흠숭(欽崇)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스승이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처럼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는(1코린 9, 22) 종이 되기를 희망한다. 거기서 하느님과 하나가 된다. 일상처럼 봉사하고 앞다투어 희생한다. 이런 것들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아무도 모르게 한다. 그 대신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만 보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받게 되는 무시, 비난, 오해를 주님이 주시는 훈장처럼 여긴다. 나중에 주님께서 ‘너는 참 나를 많이 닮았구나.’하고 칭찬해주실 것을 잔뜩 기대한다.

예수님, 봉사와 희생이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자애심 그리고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저를 매 번 초라하게 만들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실망하지 않고 또 다시 제 십자가를 메고 주님 뒤를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이를 안을 때보다 더 깊고 큰 사랑을 느낄 때는 없습니다. 수난과 죽음의 예고를 들은 어린 아드님을 안고 계시며 그 신성한 사랑을 저에게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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