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1월 4일 깨끗해지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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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1월 4일 깨끗해지기

바리사이 율법학자들에게 죄인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 부정(不淨)한 이들, 더러운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오염될까봐 그들은 죄인들을 멀리했다. 그들과 자신을 분리시켰다. 죄인이 더러운 이들이라면 반대로 하느님은 순수 무결한 존재여야 했다. 그런 하느님을 닮으려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죄인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과연 깨끗해졌을까? 예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예수님은 그들을 하얀 석회로 칠한 무덤이라고 하셨다. 겉은 아주 깨끗하지만 속은 썩어가는 시체가 담겨 있다고 하셨다(마태 23, 27). 깨끗해지려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 곧 사람의 마음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 20). 그들은 보이는 겉은 깨끗했지만 보이지 않은 속은 더러웠다. 겉을 만드신 분이 속도 만드셨다는 것을 잊었다(루카 11, 40). 하느님께는 모든 게 다 드러나 있다는 걸 몰랐다.

예수님에게 하느님은 아버지셨다.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가 아니라 달라는 대로 다 내주고 방탕하게 살다가 그 재산을 잃고 거지로 돌아온 작은아들을 무조건 반기고 기뻐하는 속없는 아버지다. 그 당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머리가 하얘진다. 그런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물건이 하나 없어지면 어디에다 뒀는지 찾을 때까지 그것 생각만 하고 속상하다. 그러다 찾으면 정말 기쁘다. 한낱 물건도 이런데 자식은 어떻겠나. 어떤 부모는 잃어버린 자식을 수십 년 동안 찾아 헤매고, 그들은 자식을 잃어버린 것을 죽을죄를 지은 것이라고 여긴다. 자식을 잃어버리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형벌이다. 예수님의 하느님은 이런 분이셨으니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을 그런 마음으로 대하셨다. 그러니 그들이 마음을 바꾸면 동구 밖에서 거지가 된 작은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처럼,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책상 밑에서 찾은 부인처럼, 바위틈에 발이 끼어 울고 있는 새끼 양을 찾은 목자처럼 하느님과 그 집 온 식구들은 기뻐한다.

나는 죄인이다. 그래서 나는 더럽나? 율법적으로 이론적으로 따지면 맞다, 나는 더럽다. 그렇긴 한데 왠지 좀 억울하다. 그것은 내가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니와 그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써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학자들 얘기로는 나의 의식 세계는 빙산의 일각이고 무의식은 해수면 밑에 있는 거대한 빙산 같다고 한다. 그리고 내 말과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단다. 그렇다고 해서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내가 깨끗하다는 건 아니지만 좀 억울하고 속상하다. 깨끗하고 싶은데 말이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 40-41).” 예수님이 식사 전에 손을 씻지 않는 걸 보고 놀란 바리사이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목욕한다고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오래 기도하고 성당에 자주 드나든다고 하느님과 친해지지 않는다. 좋은 화장품이 아니라 건강한 속내장이 맑은 피부를 만든다. 가진 것으로 자비를 베풀어야 하느님처럼 깨끗해지고 완전해지고 거룩해진다.

예수님, 바오로 사도 말대로 저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 8).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주님께 속할 수 있는 어떤 자격을 요구하신다면 억울하다는 변명 밖에는 내세울 것 없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자선을 많이 할 수 없는 형편이니 잘난 체 하지 않고 작은 이들과 어울리겠습니다(로마 12, 16).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빨간 색 옷은 티 없이 깨끗하신 어머니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저를 주눅 들게 하거나 더럽게 하지 않고 어머니처럼 하느님을 신뢰하고 아드님을 사랑하고 따르게 도와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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