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살맛나는 세상(성체성혈 대축일, 6월 18일)

이종훈

살맛나는 세상(성체성혈 대축일, 6월 18) 

 

오래 전에 개인적으로 8일 피정을 하면서 밥 대신에 세 끼를 모두 생식으로 해결했던 적이 있습니다가벼운 몸과 맑은 정신으로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하느님 안에 더 깊이 머무르고 싶었습니다처음 하루 이틀은 예상대로 몸도 가볍고 정신도 맑아졌습니다그런데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더 맑아지고 몸은 편안해졌지만 그렇다고 하느님 안에 더 깊이 머무르게 되지는 않았습니다식사 시간이 짧고소화시키는 시간도 거의 필요 없으니 하루가 정말 길어져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뒤로 갈수록 먹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져서 오히려 분심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먹는 재미가 그렇게 큰 줄 그 때 알았습니다.

 

먹는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사는 것도 단지 생존만이 아니라 사는 맛사는 의미가 있습니다그것이 사라질 때 어떤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이념윤리신앙 등이 그것을 찾게 도와줍니다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름 그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에서 그 의미를 찾고 그분을 삶의 최고 목적으로 삼습니다우리는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분을 작은 우주인 우리의 몸 안으로 모십니다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중심이고 그분처럼 살기 위한 양식이며 죄로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치료제이기 때문입니다밀림의 어떤 원주민 부족은 훌륭한 추장이 죽으면 그의 뼈를 갈아 밀가루 반죽에 섞어 빵으로 만들어 전 부족이 먹는다고 합니다섬뜩하게 들리지만가만히 따져보면 우리가 성체를 모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그 부족민들이 그 훌륭한 추장의 혼이 모든 부족들의 마음에 자리해서 그들을 계속 다스려주기를 바랐던 것처럼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고 다스려주시고 인도해주시기를 바라며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렵고 부담스러운 교리 중에 하나가 이 성체성사라고 생각합니다성체성사는 예수님의 최후만찬을 상기시키는 상징물도예수님의 사랑을 상징하는 한낱 표지도 아닙니다성체는 예수님의 몸이고성혈은 예수님의 피입니다믿지만 완벽하게 설명할 자신은 없습니다이런 일은 예수님 살아계실 때에도 벌어졌습니다예수님은 빵의 기적을 체험한 유다인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가 영원히 살게 하는 진정한 양식이고 음료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그들은 크게 실망하고 예수님을 버리고 다 돌아갔습니다(요한 6,22-66). 그 부족민들이 추장의 뼈를 갈아 빵으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거북했던 것처럼 그 유다인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사실 우리도 성체가 예수님의 몸이고 살이라는 것은 듣기 거북합니다.

 

그런데예수님이 진짜 당신의 살을 뜯어 먹으라고 말씀하셨을 리가 없습니다성체와 성혈에 대한 말씀은 다른 차원에서 알아들어야 합니다높은 차원깊은 차원영적인 차원에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훌륭한 추장의 뼈가 담긴 빵을 먹어서 그의 혼이 자신에게 들어온다고 믿었던 그 원주민들처럼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님의 영을 우리 몸 안으로 모셔 들여 그분의 영과 함께 살고 그분의 영으로 나의 삶과 세상살이를 바라봅니다예수님은 당신의 공생활 맨 마지막에 성체성사를 만드셨습니다사람이 되어 오셔서 하느님의 아들로서 당신의 지상 사명을 모두 마치시면서 당신의 모든 삶을 성체에 담으셨습니다그분의 삶이 곧 하느님의 뜻이었고 그것은 우리의 구원이었습니다따라서 성체성사는 우리의 삶이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구원과 완성을 향한 여정이라고 알려줍니다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예수님의 전 생애 즉 하느님의 뜻을 기억하고 우리 동물 인간이 신성을 지닌 인간으로 바뀌어갑니다본능과 자기애의 동물 인간에서 하느님처럼 완전한 사랑의 인간으로 넘어갑니다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는 맛이고 삶의 의미일 겁니다아무리 깊은 신심과 굳은 신앙을 지녔어도 성체는 여전히 싱거운 빵맛이고성체는 시큼한 포도주맛이지만그것이 이 메마르고 거친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 맛을 보게 해주고 영원한 생명을 자라게 해준다고 믿습니다그래서 예수님이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사셨듯이 우리도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삽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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