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3일(예수 성심 대축일) 가난한 마음

이종훈

623(예수 성심 대축일) 가난한 마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바로 그분이시다. 예수님 덕분에 우리도 그분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분과 바리사이, 율법학자, 원로들이 섬기던 하느님과는 많이 달랐다. 예수님의 아버지 하느님은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분이셨지만, 그들의 하느님은 엄격하고 무서워서 그분 앞에서는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아버지 하느님은 부자여서 가난한 인간들에게 한없이 퍼 주셨고 당신의 아들까지도 아낌없이 내어 주셨지만, 그들의 하느님은 가난해서 사람들의 섬김에 굶주린 존재였다. 그들의 하느님에게는 언제나 무엇인가 바쳐야 했지만, 우리 하느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뭔가를 주신다. 어느 하느님이 진짜 하느님일까? 아니 어느 하느님이 우리 하느님이기를 바라나?

 

우리 하느님을 전능하신 분이라고 고백하는 이유는 그분의 사랑 때문이다. 우리가 그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우리를 선택하셨다. 물론 우리에게는 그분의 선택을 받을만한 자격이나 특별한 능력이 없을뿐더러 계약에 충실하거나 성실하지도 않다. 우리 형편이 이런데도 왜 그분은 우리를 선택하셨을까? 아마도 그분이 엄청난 부자이시기 때문은 아닐까? 베풀지 않으시면 견딜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민족, 목이 뻣뻣한 민족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나보다. 그래야 한없이 퍼줄 수 있고, 그렇게 오만하고 어리석은 백성도 당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당신의 전능을 제대로 온 세상에 드러내실 수 있었을 테니까.

 

예수님도 하느님을 잘 알고 섬긴다는 이들이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알고서야 이것, 즉 가장 작은 민족을 선택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셨던 것 같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마태 11,25-26).” 우리 하느님은 사랑과 연민이 넘쳐흘러나는 분이시다. 그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시다. 당신의 그 무한한 사랑과 연민을 제대로 쏟아 내시려면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선택하실 수밖에 없으셨을 것이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이 세상과 우리를 지어내셨다. 사랑은 내어 줄 대상, 그 사랑을 받을 대상이 있어야 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없으면 참 괴로우실 것이다. 사랑해야 하는데 그 대상이 없으니 말이다. 그 대상이 가난할수록, 보답할 능력이 부족할수록 더 행복하실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가난은 하느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것이라 믿는다. 언제나 그분을 찾고, 청하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가난한 우리들이 있어 하느님은 흡족해하실 것이다. 야망이 있는 사람들은 다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 야망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은 하찮은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선물이라서 고마워한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느님은 그렇게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사신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1-12).”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땅에 사는 저희들에게 내려다 주셨습니다.

저희는 결코 올라갈 수 없는 하늘나라를

이 땅으로 내려다주셨으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예전에는 하늘나라가

철저하고 엄격하게 규칙을 지키고

저희는 상상도 못하는 금욕생활을 하는 사람들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겼는데,

주님께서 이렇게 가난하고 불쌍한 저희 죄인들 한 가운데로

가져다 주셨습니다.

 

이 큰 선물을 주셨는데도 저희에게 어떤 대가나 보답도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아버지께 거저 받으신 것이라서 그러셨나요?

예수님도 저희처럼 가난하셨나요?

 

저희는 가난해서 언제나 주님께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 번 이렇게 청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하느님께 청하는 것 말고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이렇게 해야 기쁘시다니

염치없이 오늘도 청합니다.

저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주님의 사랑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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