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6일 하느님의 전쟁

이종훈

626일 하느님의 전쟁

 

아브람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 땅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갔다. 하느님은 그에게 그의 후손들이 살게 땅을 마련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창세 12,7). 그런데 그곳은 버려진 땅이거나 주인이 없는 땅이 아니라 이미 가나안족이 살고 있는 땅이었다. 하느님의 약속대로라면 그의 후손들은 필연적으로 가나안 민족과 전쟁을 해야 했다.

 

예수님은 하늘에 있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위로 가져 내려오셨고, 우리 모두를 그 나라로 초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하늘에 올라가도 찾을 수 없고, 이 세상 어떤 특별한 공간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안다. 그것은 삶의 원리, 삶의 목적, 내적인 삶의 형태이다. 그곳은 예수님의 마음 안에 있다. 그분의 세상과 사람들을 대하는 그 마음이 곧 거기이다.

 

매일 성체를 영한다. 성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분은 내 안으로 들어오셔서 나를 차지하시려 한다. 그런데, 내 안에는 가나안족처럼 이미 세상에 태어나는 그 시간부터 오랜 시간 나를 지배해 온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하느님이 약속하신 그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가나안 민족과 전쟁을 피할 수 없었듯이, 예수님이 나를 차지하시려면,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그 나라를 내 안으로 들여오려면 나를 차지하고 지배하던 그것과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그 전쟁에 이기기 위해 기도하고, 극기로 단련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연전연패이다. 고해성사 때마다 같은 죄를 고백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나를 지배하던 그것은 정말 강하다. 그것에 이기기 위해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원하지도 않았는데 하느님 나라를 선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께 당신이 나 대신 싸워달라고 청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나를 강하게 키우는 것보다는 예수님이 나 대신 싸우시게 하는 방법을 배워 터득하는 것이 훨씬 더 승산이 높을 것이다. 아니 그분은 반드시 승리하실 것이다.



 

예수님,

아버지 하느님께 받으신 하느님 나라를

자격 없는 저희에게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님께서 목숨을 걸고 지키시고 전해주시고자 했던

그 선물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 나라로 들어가는 길은 가깝고도 멉니다.

바로 내 안에, 내 앞에 있지만

그리로 발자국을 옮기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기도 중에 또 많은 성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나라의 삶을 맛보면

그 즉시 그 나라로 자신을 던져 넣고 싶어집니다.

아니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그 때 뿐입니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오랜 동안 저와 함께 살고 저를 다스리는 그것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의 폭정에 시달리고, 그렇게 사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 압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저 자신입니다.

매 번 후회하면서도 매 번 똑같은 잘못을 저지릅니다.

 

예수님은 저희의 이런 딱한 사정을 잘 아십니다.

세상은 이런 저희를 심판하고 단죄하지만

주님은 이런 저희를 이해하고 용서하십니다.

 

이제 주님이 제 대신 그것과 싸워주십시오.

그리고 주님이 그것을 물리치시는데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가르쳐주십시오.

제가 그것을 아직 잘 몰라 서툴러도

그것만으로도 주님은 기뻐하시며 승리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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