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8일 OFF

이종훈

38OFF

 

생명은 축복이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축복이란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기쁘고 즐겁고 신명나는 날이 일 년 중 며칠이나 될까? 어제와 같은 오늘이고 버거운 일들을 해내야 하고, 불편한 관계를 견디어야 하고, 시끄러운 이야기들을 들어야 한다. 도망갈 수도 없다. 가봐야 거기에서도 마찬가지일거다.

 

반복되는 일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여러 매체를 뒤지며 기쁨과 위로와 희망을 찾는다. 매체가 많아지면서 좋은 이야기, 감동적인 사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분명 좋고 감동적인 이야기인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거기에 가슴 아프고, 실망스러운 이야기들과 비난과 비판의 이야기들은 마음을 어둡게 한다.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전하지만 버거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또 다른 짐을 얹어주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악행을 고발하고, 재앙을 예고한다. 그것이 정말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축복, 위로와 희망의 말씀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또 다른 소음이 아니기를 바란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빗소리는 정직하다. 꾸밈도 과장도 거짓도 비난도 비판도 없다. 그저 떨어지고 씻어 내릴 뿐이다. 하루 정도는 OFF해도 되지 않을까? 모든 매체를 꺼두어도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 대신 정직한 빗소리에 자신을 맡기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참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 일상 탈출의 묘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란스럽고 거친 이 세상 속에서도 나를 평온하게 해주는 말씀을 듣는 것이다.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시편 9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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