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18일(사순 5주일) 기억(anamnesis)와 망각(amnesia)

이종훈

3월 18(사순 5주일기억(anamnesis)와 망각(amnesia) 

 

세상은 우리 죄를 문서에 기록해놓고 우리 자신은 기억 속에 저장해놓는다또한 우리 몸도 그 아픔두려움쾌락을 고스란히 다 기억하고 있다뇌가 망가져 기억을 잃어버려도 몸속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아마도 죽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하느님은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모든 허물을 덮으신다그분은 우리 죄를 기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예레 31,34).”

 

피정을 하고좋은 강의를 들어 통회의 눈물을 흘리며 굳은 결심을 해도 그 때 뿐이다세례 견진 수도서원 사제서품의 문서에 서명을 한다고 죄인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문서는 그저 문서 일뿐이다우리는 그 약속들을 다 지키지 못한다하느님은 그것을 아셨다그래서 옛 계약을 파기하시고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다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당신 스스로 그렇게 하셨다이제는 돌이나 문서가 아니라 우리의 가슴과 마음속에 당신의 법을 직접 새겨 넣어주셨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3).” 하느님은 정말정말 우리를 갖고 싶어 하시는 것이 분명하다저렇게 혼자 계약을 맺으시고 파기하시고 또 새 계약을 맺으시니 말이다.

 

하느님은 잊으셨지만 나는 내 죄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저의 죄악을 제가 알고 있으며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시편 51,5).” 그런데 그 아프고 괴로운 기억 속으로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져 내 안으로 들어왔다예수님의 삶십자가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기억이다나는 경험한 적이 없는데 마치 그것들을 본 것처럼 기억하고 또 증언까지 한다게다가 그 기억들은 전례특히 성찬례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천 년 전 갈릴래아와 골고타 언덕으로 간 것 같다그렇다그분은 오늘 이 시간 여기에서 우리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시고 당신을 불살라 버려 하느님의 기억에서 그것들을 지워버리신다나는 나의 죄 그리고 하느님의 그 무모한 결정을 고스란히 기억한다죄의 기억은 나를 겸손하게 하느님의 희생에 대한 기억은 당신을 사랑하게 한다하느님은 잊으셨지만(amnesia) 나는 기억한다(anamnesis). 마음속에 새겨진 하느님 사랑의 법을 기억한다그것으로 나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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