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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3월 19일(요셉 성인 대축일) 위로하시는 요셉 성인

이종훈

3월 19일(요셉 성인 대축일) 위로하시는 요셉 성인

 

우리는 믿음의 순례 중이다. 그 목적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모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길이다. 한 길로 갈 때에는 지루하지만 갈림길이 나오면 선택해야 하는 고민과 갈등의 고통을 겪는다. 지루함이 선택의 고통보다 견딜만하다.

 

하느님은 약혼한 처녀를 찾아 가 당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그녀의 협조를 제안하셨다. 임신한 상태에서 배우자를 찾는 것보다는 배우자가 생긴 다음에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이 그 배우자가 이 일을 수용하기에 조금 쉬웠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느님은 모험을 시작하셨다. 그것이 정말 모험이었다면 그것이 당신의 첫 시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느님은 완전하셨고 모든 준비가 되신 분이고, 마리아는 그 일을 위해 특별한 은총(원죄에 물들지 않은 채로 잉태)으로 준비되셨다. 반면 요셉은 그냥 착실한 청년이었다. 그 안에는 위대한 다윗과 솔로몬의 왕족의 피뿐만 아니라 간음, 배반, 살인, 우상숭배 등의 피도 함께 흐르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요셉 성인의 삶이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약혼녀의 임신 소식, 율법준수에 따른 고민, 은밀한 파혼 결정 그리고 천사의 제안 등 어느 것 하나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선택했고 결정했다.

 

마리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엘리사벳을 만나 천사가 말한 그녀의 특별한 임신을 확인했고 그녀의 증언을 들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굳이 그런 것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사의 말은 몸으로 확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셉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말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것들이 천사의 말대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는 하느님의 일이라고 믿어야 했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하느님은 마리아보다는 요셉에게 더 고마워하시고 또 미안해하셔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요셉 성인은 그 고통스러운 갈등과 번민을 통해서 더욱 순수해지고 아름다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 그는 율법을 잘 지키며 살았던 착실한 사람에 머물렀을 것이다.

 

믿음은 성인에게 시련이면서 정화이고 하느님께로 이끌어주는 길이었다. 그는 평범한 한 사람이었고 완전하지 않았다. 그의 믿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다. 완전한 믿음이란 없다. 믿음이 필요 없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용기가 두려움을 담고 있는 것처럼 믿음은 불확실성을 담고 있다. 요셉 성인이 그랬을 것이고 다른 많은 성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 우리들처럼. 요셉 성인과 다른 성인들의 삶이 오늘 같은 길을 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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