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3일 뚜벅뚜벅 걷기

이종훈

323일 뚜벅뚜벅 걷기

 

사필귀정(事必歸正). 하느님은 살아계신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어 그분 앞에 선다. 진리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사라져도 진리는 남아있다. 그것을 따라 가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반듯하게 뚜벅뚜벅 곧게 뻗은 길을 걸어간다.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하느님과 자신이 하나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인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 일들을 보고, 그를 직접 만나 그의 눈을 보고, 그의 마음씨를 느끼고, 그의 말을 들었다면 한 번쯤은 마음이 흔들릴 수 있었을 법 한데. 물이 술로 변하고, 서른여덟 해가 앓던 사람이 일어나 걷고,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날 때부터 보지 못하던 이가 보게 되고, 한 여인의 고달픈 인생사를 이해해주고, 간음한 여인을 죽음의 율법에서 구해내시고, 무덤에 묻힌 친구를 살려내셨다. 이런 일들을 보고 들었는데도 흔들리기는커녕 더 완고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왜 흔들리지 않았을까? 아니 흔들릴 수 없었겠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은 데, 이런 세상을 흔드는 사람이 반가울 리가 없었을 것이다. 부자 청년은 율법을 잘 지키며 착실하게 살았지만 가진 것들을 다 포기할 수는 없어서 슬프면서도 예수님에게 등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재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 또한 진리를 찾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

 

곧게 뻗은 길을 꼿꼿이 서서 반듯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 뭉클할 정도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넘어지고, 흔들리고, 주저하고, 뒷걸음치고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예수님이 나의 이런 딱한 처지를 잘 알고 계셔서 부끄럽지만 감사하다. 잘 걸어가는 모습에 가슴 뭉클하기보다는 부끄럽지만 안심할 수 있는 주님이 계신 것에 감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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