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5월 2일 사랑의 길

5월 2일 사랑의 길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는 사용설명서를, 어떤 공동체 안에 들어가면 그곳의 생활규칙을 읽는다. 살면서 수많은 종류의 상황 안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때마다 필요한 지침서나 매뉴얼을 마련해놓을 수는 없다. 그 대신 가슴에 품은 삶의 목적과 원칙이나 원리에 따라 선택, 결정, 해결한다.

선배의 말, 부모님의 말씀, 은사의 가르침들을 기억했다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이유도 모르고 그 말대로 그대로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신뢰라고 하겠다. 그들도 전해 받았고 또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완전하지 않음을 잘 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최고 그리고 근본적인 원리로 삼는다. 글자와 문장으로 된 그것을 읽고 마음에 새긴다. 예수님은 600개가 넘는 율법을 단 두 개로 요약해주셨다. 그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고 이것을 다시 서로 사랑하라는 하나의 계명으로 요약해주셨다. 참 편해졌다. 단순해졌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참으로 하느님다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이 하느님이 아니라면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까? 그분이 아버지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셨다면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분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사셨고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산다. 그 말씀은 곧 영이요 생명이다(요한 6,63).

우리는 무죄하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열매를 맺어 하느님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산다(요한 15,8). 그분의 십자가 희생을 믿는 이들은 이미 무죄선언을 받고(로마 5,16) 성체를 받아 모셔 그 죄를 씻고 그 상처를 치유 받는다. 그러니 우리의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어떻게 삶의 목적이 될 수 있겠나?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열매는 맺는다. 하느님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에 사셨고, 이제 예수님의 말씀은 내 안에서 새겨져 내 모든 삶의 원리와 목적이 되었다. 오늘도 묻는다, ‘어느 길이 사랑의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