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23일 거룩한 고집

이종훈

5월 23일 거룩한 고집

 

어느 학생이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켰다. 비빔밥이 나온 뒤에 주머니를 뒤지니 500원이 모자람을 알아채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비빔밥 위 달걀을 걷어 갔다. 소름 끼치는 장면이다.

 

 

문자가 왔다. 오늘 재료가 좋으니 와서 먹으랬다. 정말 식당주인의 말 그대로였다. 간사한 조미료 맛이 아니라 그 식재료들이 내는 고유의 맛이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 먹은 뒤에야 식당주인이 내 앞자리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참 따뜻하다.

 

 

10년 전 소임지에서 내 일의 대부분은 노동이었다. 가장 고마운 협력자는 고물 굴착기와 20년째 굴러다니는 고물 트럭이었다. 그 친구들은 나이를 많이 먹어 기운은 떨어져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길거리에 서 있는 그들을 처음 본 사람들은 버려진 것인 줄 알지만 시동을 걸면 우당탕탕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눈이 휘둥그레지곤 했다. 이들을 만든 이의 마음이 존경스럽다.

 

 

시간이 무섭게 빨리 간다. 날수를 계산해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백세 시대라고 떠들지만 나는 내 몸을 안다. “사람의 삶은 이미 날수가 정해져 있다(집회 37,25).” 어머니 뱃속에 자리 잡을 때 이미 내 날수는 결정되었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시편 90,12).” 손익을 정말 잘 따져보자. 어떻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인가? 내가 만난 훌륭한 장사꾼들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이 제일 그랬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야고 4,15).” 주님이 주신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너무 잘 안다. 그러니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죄다(야고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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