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23일 나는 믿는다

이종훈

7월 23일 나는 믿는다.

 

오랫동안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지만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착하고 약한 사람은 고통을 당하지만 악하고 강한 사람이 편하게 사는 세상인데, 정의롭고 공평하고 사랑하는 하느님 있다고 어떻게 믿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의 주장을 속 시원히 반박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조용히 대답할 거다.

 

본래 인간은 하느님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알 수도 없다. 우리의 감각과 이성을 뛰어 넘어 계신 분의 생각과 뜻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예수님은 여러 기적들을 행하셨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게 하시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들이 청해서 그리고 그들이 불쌍해서 도와주셨던 것이다. 아픈 사람, 슬퍼하는 사람, 억울한 사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사람, 진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당신의 신적 능력을 보여주셨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언제나 당신께 대한 그들의 작은 믿음, 사람들이 지닌 슬픔과 아픔이 그 기적의 도구가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없고 아픔과 슬픔이 없었다면 기적도 없었겠고, 아마 하느님은 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을 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지만, 내가 죄인임은 정말 잘 안다. 내 죄가 항상 바로 내 앞에 있기 때문이다(시편 51,5). 그런데도 뻔뻔한 건지 무딘 건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고 게다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선하고 거룩한 일을 찾고 행하고 싶어 한다. 세상은 이를 두고 위선적이라고 비난하겠지만 그래도 그게 진심이고 사실이다. 미카 예언자의 말처럼 나의 죄는 흐르는 강물처럼 제물을 바쳐야 하고 맏아들을 내놓아야만 비로소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미카 6,7). 그런데도 자신의 죄와 허물은 생각하지 않고 천사나 의인들이나 하는 일을 꿈꾸고 있다.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를 굳이 보여 달라고 하면 부끄럽지만 나밖에 보여 줄게 없다. 분명한 죄인이고 많은 결점과 약점을 지녔으면서도 억울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이 뜨거운 날 어지러울 정도로 땀 흘리며 일해야 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시원한 물 한 잔 건네주고 싶고, 가끔은 남모르는 희생을 하고 싶은 위험한 생각까지 하는 내가 바로 그 증거다.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고, 세상을 뒤집을 수 없으며, 하느님을 보여주고 논리적으로 증명해낼 수도 없지만 나는 믿는다, 참 좋으신 나의 하느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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