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25일(성 야고보) 질그릇

이종훈

7월 25일(성 야고보) 질그릇

 

 

운동이나 노동으로 땀을 흘리면 시원한 물이 생각난다. 그래서 얼음물을 마시면 또 갈증이 나서 또 마신다. 나중에는 배탈이 난다. 그럴 때는 시원한 물이 아니라 따뜻한 물을 마셔야 한다. 땀으로 몸이 식어 다시 데워줘야 되기 때문이다. 몸은 따뜻한 물을, 마음은 시원한 물을 원한다. 우리는 이렇게 분열되어 있고, 자기자신도 잘 모른다. 바오로 사도가 왜 인간을 질그릇에 비유했는지 알 것 같다(2코린 4,7).

 

   

엊그제 우리는 좋은 정치인을 하나 또 잃었다. 참 안타깝다. 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하겠나.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속상하고 안타깝다. 진보진영에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거기에 흠집이 생기면 치명적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더러운 옷에 흙탕물이 튄 것과 새하얀 옷이 그렇게 된 것에 비유한다.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삶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어떻게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섬기는 삶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마태 20,22)” 내가 그 당시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있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자신 있게 마실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삶을 아는 지금은 그 질문에 그렇게 호기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섬기는 삶에 감동하고 끌리면서도 그 새로운 삶의 문 앞에서는 머뭇거리고 주저한다.

   

 

그 정치인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세상의 비난과 비아냥거림에 시달렸을 것이다. 사실 다른 부패한 정치인들에 비하면 작은 잘못이고 실수이다. 아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나보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라 질그릇 같은 존재라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건데. 조금만 버텨주었으면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텐데. 질그릇이지만 그것에 담겨진 소중한 뜻을 버리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셨을 텐데. 하지만 너무나 힘들었나보다. 그것도 질그릇의 모습이다. 자비의 하느님께서 당신 계신 그곳에서 그가 그동안 흘린 눈물과 땀을 닦아주고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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