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27일 마음밭일구기

이종훈

7월 27일 마음밭일구기

 

 

좋은 강의와 설교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지고 사라진 줄 알았던 열정과 힘도 생긴다. 내 안에서 작은 창조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지루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재미있었다고 한다. 같은 말인데도 사람마다 다르게 들리나보다.

 

  

하느님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귀에다, 눈에다, 마음에다, 온 몸에다 대고 말씀하신다. 성경으로, 좋은 설교로, 노동자의 땀방울로, 가난하고 억울한 이의 눈물로, 이웃의 친절과 배려로, 예상치 못한 호의로,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통해서 하느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어떤 때는 그것을 길거리에서 줘주는 전단지처럼 받고, 또 다른 날은 내일 보는 시험답안이나 복권당첨번호처럼 듣는다. 이집트의 안토니오 성인은 복음서에 나오는 ‘너는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루카 18,22).’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진짜로 자신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정말 그대로 그렇게 했다. 그래서 그 성인은 수도생활의 창시자가 되었다.

 

 

하느님은 늘 같은 말씀을 하시고 영원히 그러실 것이다. 그 말씀을 듣는 내가 변한다. 농부가 씨를 뿌리기 전에 하는 일은 땅을 일구는 일이다. 씨를 심은 다음은 김맨다. 이 또한 땅을 일구는 일이다. 그 안에서 씨는 자라 열매를 맺는다. 빨리 자라라고 식물을 잡아당겨서는 안 되고, 식물 앞에서 절을 한다고 큰 열매를 맺지 않는다. 그 때까지 계속 김을 매고 해충을 잡아 준다. 그게 다다.

 

 

귀로, 눈으로, 몸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만 그것이 자라는 곳은 마음이다. 농부가 김을 매듯 마음도 그렇게 한다. 차가운 곳, 딱딱한 곳에서는 생명이 자라지 못한다. 마음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느님의 말씀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들리고 그 말씀이 자라 열매를 맺는다. 어떻게 그렇게 하나? 나와 이웃을 불쌍히 여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고 아파하고 눈물 흘린다. 잘 하고 싶은 잘 안돼서 속상하고, 그렇고 싶지 않는데 매 번 그렇게 돼버려서 억울하고, 그래서 속상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살려니 힘들고 계속 그래야 하니 우울하고 지친다. 그런 나와 너를 불쌍히 여기고 위로한다. 뉴스에 나오는 보기 싫은 그 사람도 마찬가지 일거다. 그게 아니라면 더 불쌍히 여겨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753 [이종훈] ​나해 11월 21일(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종들의 왕국(+MP3) 2021-11-21
1752 [이종훈] 나해 11월 20일 건너감(+MP3) 2021-11-20
1751 [이종훈] 나해 11월 19일 직진(+MP3) 2021-11-19
1750 [이종훈] 나해 11월 18일 비폭력(+MP3) 2021-11-18
1749 [이종훈] 나해 11월 17일 세상사는 법(+MP3) 2021-11-17
1748 [이종훈] 나해 11월 16일 찾으시는 하느님(+MP3) 2021-11-16
1747 [이종훈] 나해 11월 15일 가난한 믿음(+MP3) 2021-11-15
1746 [이종훈] 나해 11월 14일(연중 제33주일, 가난한 이의 날) 주님의 길(+MP3) 2021-11-14
1745 [이종훈] 나해 11월 13일 불의한 재판관(+MP3) 2021-11-13
1744 [이종훈] 나해 11월 12일 하느님 생각(+MP3) 2021-11-12
1743 [이종훈] 나해 11월 11일(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오직 예수(+MP3) 2021-11-11
1742 [이종훈] 나해 11월 10일(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지금 여기에 있기(+MP3) 2021-11-10
1741 [이종훈] 나해 11월 9일(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참 좋은 하느님(+MP3) 2021-11-09
1740 [이종훈] 나해 11월 8일 용서보다 인내(+MP3) 2021-11-08
1739 [이종훈] 나해 11월 7일(연중 32주일, 평신도주일) 순수해지는 과정(+MP3) 2021-11-07
1738 [이종훈] 나해 11월 6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하느님 가족(+MP3) 2021-11-06
1737 [이종훈] 나해 11월 5일 더 변방으로(+MP3) 2021-11-05
1736 [이종훈] 나해 11월 4일 깨끗해지기(+MP3) 2021-11-04
1735 [이종훈] 나해 11월 3일 예수님 제자(+MP3) 2021-11-03
1734 [이종훈] 나해 11월 2일(위령의 날) 희망과 기쁨(+MP3)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