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30일 땅으로 내려온 하늘

이종훈

7월 30일 땅으로 내려온 하늘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일주일에 한 번, 고작해서 두 시간, 거기에 언어소통도 어렵고 짧지 않은 거리를 운전해 가야해서 몸은 좀 지치지만 좋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단지 그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일이다.

 

  

첫 만남은 서로 어색하고 서먹서먹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단톡방에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물론 초등생보다 못한 한국어실력이지만 소통하는 데는 별문제 없다. 수업 끝나고 자기들끼리 몰려가서 음식을 사먹고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며 그날 배운 표현들을 써보기도 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좋고 또 사랑스럽다.

 

  

처음에는 한국어 수업이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수단이 되었다. 그것을 통해 그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나눈다. 그 시간 그들은 초등생이 된다. 나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고, 조사와 시제를 정확히 표현해서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를 바라며 그들이 그렇게 대답했을 때 마치 큰 시험에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박수치고 기뻐한다. 그렇게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들은 모두 신자가 아니지만 그 모임에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의심할 수 없다. 사랑이 있고 또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뭔가 가득 채워짐을 느낀다. 그 두 시간 동안 그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는다. 그 낯선 사람들은 수업료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뿐이다. 그 낯선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셨고 또 가장 작은 이웃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심을 안다. 거저 받은 것을 거저 준다(마태 10,8). 하늘나라는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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