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10일(성 라우렌시오 부제순교자) 거추장스러운 자아

이종훈

8월 10일(성 라우렌시오 부제순교자) 거추장스러운 자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 작은 씨앗에서 큰 줄기와 잎이 그리고 많은 열매들이 생기는 것은 생각할수록 신비하다. 씨앗이 자신을 열어 기꺼이 변화되었기에 생긴 일이다. 열매가 맺힌 나무뿌리에서는 더 이상 그 씨앗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예수님은 이것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설명하셨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

 

모든 종교는 비움, 희생, 자선, 자비, 사랑을 가르친다. 그 중에서 자기 비움은 모든 종교의 공통수련과제이다. 예수님의 삶은 자기 비움의 모범이고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종의 모습으로 섬기고 십자가 위에서 모든 죄인들을 위해서 돌아가셨다. 인생을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셨다. 완전한 자기 비움이다.

 

우리가 진리이신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그분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소유적 자아’ 때문이란다. 그것이 참 자아의 모습을 가린다는 것이다. 소유적 자아란 소유하고 싶은 욕구,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일게다. 누구나 다 갖고 있고 동시에 참된 자유와 진리를 찾는 거의 모든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심심해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언제나 필요해서 사지만 후회하는 적이 많다. 내가 하느님이 아닌데도 꼭 내 생각대로 되어야한다고 믿어 너도 나도 괴롭게 한다. 자기 자신은 참 무겁고 때로는 귀찮기까지도 하다.

 

예수님은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몸에서 성령으로 잉태되셨으니 모습은 겉은 우리와 같았지만 속은 많이 달랐다. 그분의 지혜와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은 그분의 자기비움에서 나왔을 것이다. 마치 눈가리개를 벗듯 소유적 자아를 벗어던지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없는 줄 알았던 힘도 생길 것 같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런 우리들의 처지를 아시고 가난하고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약한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사시기로 하셨나보다. 하느님을 섬기듯 그들을 대하고, 마음이든 재물이든 내어 놓아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을 비우게 하시려는 계획이었나 보다. 라우렌시오 부제가 권력자들이 교회의 재산을 강탈하려하자 그 모두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을 권력자들에게로 데려가 “이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거추장스러운 자아를 한 순간에 버릴 수는 없어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의 것을 내어줄 수는 있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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