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21일 비움과 믿음

이종훈

8월 21일 비움과 믿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3-24).” 이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절망하였다. 그 당시 재물과 자녀는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물이 아니라 재물에 대한 욕심이 눈을 흐려 하늘나라 입구를 찾지 못하게 한다. 욕심과 탐욕을 경계하라는 경구는 성경뿐만 아니라 많은 책과 성현들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로 재물이 복(福)이 아니라 화(禍)가 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면서도 재물에 대한 욕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무소유를 가르치고 실제로도 그리 사셨던 법정 스님도 만년필에 대한 욕심에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다. 그런 걸 보면 소유욕은 죽는 날까지 함께 살아야 할 불편한 동반자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제자들이 내뱉은 그 탄식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마태 19,25)”

 

재물에 대한 욕심 안에는 소유욕도 있지만 대부분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이다. 유비무환이라고 배우지 않았나? 하지만 한 번도 읽지 않은 새 책들과 포장도 뜯지 않은 양말과 셔츠 그리고 사용하고 있는 만년필이 망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유비무환이 핑계임을 증명한다. 예수님도 내일도 아닌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청하라고 하셨다. 청빈서원을 한 나도 이런데,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거친 세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말들은 정말 하늘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좋은 가르침을 아무리 많이 듣고 또 거기에 동감하고 동의하더라도 나의 의지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그저 좋은 이야기일 뿐이다. 인공지능과 우주여행이 현실이 되어가는 오늘날에 가난한 삶,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이 가능할까? 그래도 될까? 정말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면 버린 것의 백배를 되돌려 받게 될까? 주님의 말씀을 믿고 스스로 가난해지면 정말 그렇게 부자가 되고 영원히 살게 될까? 행복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어떤 상태이다. 욕심이 없는 마음은 평화롭고 넉넉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와 욕심도 구별 못하는 나에게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못하지만 주님은 하실 수 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태 19,26).” 그래서 비우는 길이 곧 믿음이 자라는 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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