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22일(복되신 동정마리아모후) 후한 마음

이종훈

8월 22일(복되신 동정마리아모후) 후한 마음

 

우리 교우들은 사제는 예수님의 친구, 수녀는 성모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황당하지만 어쩌면 그런 바람과 요구는 정당하다.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무엇을 바라겠나? 돈, 힘, 기적? 그럴 리가 없다. 지혜, 너그럽고 자비로움, 차별하지 않음, 초인적인 인내심 같은 것 아니겠나? 한 마디로 예수님의 모습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보여주셨다. 그분은 한없이 너그럽고 차고 넘치는 사랑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그분의 집에 초대받은 이들은 흥청망청 먹고 마셔도 음식과 술이 모자라지 않는다.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이 먹고도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찰 정도로 빵이 남았고(마태 14,20),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초대할 정도로 큰 잔치를 하고(마태 22,9), 여섯 항아리의 물을 최고급 포도주로 만들면서까지 잔치의 흥이 깨지지 않게(요한 2,2-11) 하시는 분이다.

 

넉넉하게 베풀고 조금 불편해져도 나누며 살고 싶다. 비어있는 주차장 자리도 내어주고 싶고, 빈 방도 그렇게 하고 싶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싶고, 상처 받은 이의 속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와 법적인 제약 때문인지 야박해져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누지 못해서 속상하고 주님 뵐 낯이 없다. 하느님은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마음 졸였을 것을 불쌍히 여겨 1시간 일한 일꾼에게도 하루 품삯을 쳐주시는 분인데(마태 20,14), 이래서야 언제 하느님의 그 후한 마음을 배우겠나?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시지 우리가 구원을 성취하지 않는다. 내 것 네 것 따지는 야박한 마음과 빼앗길까봐 움켜지고 숨기는 마음은 결코 알 수 없는 하느님의 후한 마음, 그 마음을 알고 그런 마음가짐이 구원일 것이다. 나누고 베풀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인 제약 때문일 것 같지는 않다. 처음부터 그럴 마음과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재물을 나눌 수 없다면, 마음부터라도 나누자. 좋아하지 않고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을 친절과 미소로 대한다. 그럴 때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해서 그 행동은 위선이 아니다. 하느님의 후한 마음을 배우려는 노력이다.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악인에게나 선한 이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비추어주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후한 마음(마태 5,45)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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