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9월 3일(성 그레고리오) 동반자 하느님

9월 3일(성 그레고리오) 동반자 하느님

우리는 어느 때 구원을 체험하는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졌을 때보다는 곤란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이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나를 구원해준 말 그대로 구원자이다.

내가 남에게 줄 수 있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음은 축복이다. 그 도움은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길을 가르쳐주고, 함께 슬퍼하거나 기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도움은 그를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인간의 신적인 행위이다.

하느님은 창조주이시지만 폭력적으로 당신의 주권을 행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종처럼 우리를 도와줄 준비를 하고 우리의 요청을 기다리신다. 하느님이 인간과 관계를 맺으시고 봉사자의 모습으로 인간사에 관여하심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느님의 섬김은 인간의 바람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은 하느님을 원망하고 때론 화를 내거나 등을 돌리기도 한다.

하느님은 기도하고 봉사한 만큼 우리가 청한 것을 내어주는 자판기도 아니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도 아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많은 예언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당신의 아드님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시켜주셨다. 이런 하느님은 세상살이에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못되겠지만, 그분은 항상 내 곁에 계시며 변하지 않는 동반자가 되어주신다. 기도할 때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때마다 그것을 느낀다.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연로하신 부모님이 나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도 살아계심 그 자체로 힘이 되고 돌아가시면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리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