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시기

[창작기도] 사도의 모후께 드리는 편지

강소진

사랑하올 어머니,

이 아름다운 5월 성모님 달이 올해는 왠지 적막하게 느껴집니다.

하나 둘 취소된 축제들, 주인공이 없는 어린이 날, 눈물로 메워진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 꽃들도 알고서 그러는지 철쭉이 만개하던 성모동산도 푸른 잎만 무성하여 괜히 쓸쓸합니다.

 

어머니, 갑작스런 세월호 참사는 충격과 아픔을 줍니다.

무죄한 아이들의 죽음, 자식이 구조되기만 기다리는 부모들 앞에서 눈물이 납니다.

묵주를 들어보지만 기도의 말을 잃습니다.

‘과연 내게 아무 책임이 없다 할 수 있을까?’

신문을 폈을 때는 가슴을 치다가도 덮고 나면 어느새…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제 자신을 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을 위해 지금도 십자가에서 죽으시는데,

그분 곁 당신도 슬피 우시는데…

어머니, 저는 세상을 품어 안을 그릇이 못 됩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이 세상에 빛을 전할 수 있나요?

 

하지만 어머니,

저를 위해 돌아가신 그분의 강한 사랑을,

그럼에도 기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호소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어머니, 도와주십시오.

 

어머니, 당신께서는 주님께서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 함께 계셨지요.

주님께서 느끼셨을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 안으셨지요.

예수님과 당신께서 십자가 아래에서 나누신 그 사랑의 깊이를

저는 감히 상상 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숨을 거두시기 직전 당신께 요한사도를 맡기셨습니다.

믿어왔던 스승이 죽어버린 허망함 앞에서 울고 있는… 어쩌면 분노하고 있는 그에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당신 아드님의 목숨으로 바꾼 그 제자를 끌어안고 위로하시던 당신!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인류를 품에 안고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계실 어머니,

당신의 그 마음을 저에게 주십시오.

저도 울고 분노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그렇게 끌어안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인류의 어머니,

제가 당신처럼 당신 아드님의 십자가 곁에 서 있을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제가 당신처럼 세상을 품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사도의 모후님, 제가 열렬한 사도가 되게 해 주십시오.

 

맑은 하늘 5월에 당신의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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