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7월 12일 칼
나의 몸은 부모님이 만들어주셨다. 성격의 반은 두 분이 그리고 그 나머지는 다른 집안 식구들이 만들어준 것 같다. 그래서 생김새, 성격, 성향 등의 대부분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그것들은 내가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카드놀이에서 내게 주어진 패 같은 것이다.
예수님은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집안 식구가 원수가 된다고 하셨다(마태 10,36). 복음이 불효하게 하고 집안을 분열시킨다는 뜻은 아닐 테고, 그 말씀은 예수님이 절대적 가치라는 뜻일 거다. 내게 너무 익숙해서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나의 모든 선택, 결정, 언행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예수님과 복음의 가치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 그래서 부모님의 말씀과 내가 어쩌지 못하는 나의 성격과 성향을 거스르기도 한다.
예수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셨지만, 지도자들과 충돌하셨다. 다들 그렇다고 여기는 것들을 거슬러 가르치시거나 그렇게 행동하기도 하셨다. 그것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진리에 따른 행동이었다. 예수님에게는 타협이 없었다. 죽게 되어도 바꿀 수 없었다. 그게 진리고 그게 생명이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칼이 되어주셨다.
평화는 단순히 충돌과 갈등이 없는 상태거나 많은 이들이 가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넓은 문과 널찍한 길이 멸망의 길일 수 있다(마태 7,13). 그리스도인에게 예수님은 절대적 가치다.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지 못해 송구하고 부끄럽더라도 다른 것을 따르지 않는다. 그것은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예수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기(마태 10,39)’ 때문이다.
예수님, 무엇보다 먼저 모든 것에 앞서 주님을 사랑합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또 그렇게 되려고 노력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 말씀을 더 잘 이해해서 그것이 제 안에서 살과 피가 되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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