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평화의 길
예수님은 진리이시고 세상을 비추는 참 빛이셨다. 그 빛이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억지로 세상 밖으로 몰아냈다. 세상은 빛보다 어둠을 더 좋아하고, 빛이 가까이 오면 그들의 악행이 드러나서 심판 받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요한 3,19-20). 세상은 빛의 자녀들을 반대, 비난, 폭행하여 빛을 따르지 못하게 한다. 그것은 이미 예수님도 겪으셨던 일이고 그래서 그분도 고단하셨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루카 12,50)” 차라리 십자가 위가 더 편하셨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사회는 진실규명이 한창이다. 참 고무적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보복과 앙갚음으로 변질되어 또 다른 복수심을 만드는 일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바람은 진실을 밝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둠이다. 진실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도 그리고 듣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고통이 없으면 우리에겐 평화도 자유도 없다.
진리를 따르려는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 싶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실 없이 진리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대세(大勢)를 따르지 않고 대의(大義)를 따라야하다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우리에게 대의는 곧 하느님의 뜻이고, 진리이며, 진실을 목말라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진리를 찾는 사람이지 찾은 사람은 아니다.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 안에 있다. 그 여정은 고단하다. 하느님의 자녀들이 걷는 길은 그렇다. 그래도 예수님께서 먼저 그 길을 가셨고,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라고 약속하셨다. 고요한 것이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이루는 길은 고단하고, 그 십자가를 지는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들인 그리스도인들이다. 오늘도 하느님의 뜻이 예수님에게서처럼 내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평화를 목말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