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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 12월 27일(사도 요한 축일) 신적인 친밀감
목욕탕 친구는 친한 친구다. 서로 알몸이어도 부끄럽지 않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다. 나도 똑같이 그런 그를 내 안으로 받아들인다. 아픈 과거를 공유하고 그 비밀은 땅속에 묻혀 아무도 찾지 못한다. 서로 신뢰한다. 신뢰 형성에는 비법이 없다. 그냥 믿게 되는 거다.
하느님은 끝까지 낮아지셨다. 사람이 되시고 종으로 사시고 목숨까지 내어주셨다. 목욕탕 친구는 비교할 수 없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을 신뢰하고 사랑하기를 바라신다. 하느님 흠숭은 완전한 신뢰고 사랑이다. 외아들까지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분을 흠숭하는 거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거다. 목욕탕 친구나 배우자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 고해 사제에게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것을 하느님께는 모두 다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신뢰에는 잠금장치가 없어 언제든지 깨질 수 있고 비밀은 새나갈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신뢰는 거의 회복불가다. 하지만 하느님과 나 사이에는 그런 일은 없다. 아니 그렇다고 믿는다. 요한복음에는 ‘주님이 사랑하시는 제자(요한 13, 23; 19, 26; 21, 20)’가 나온다. 요한 사도가 그가 자신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다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는 마지막 만찬 때 예수님 품에 기댈 정도로 그분 옆에 바싹 붙어 있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당신 어머니를 그에게 맡기셨다. 그래서 비어 있는 예수님의 무덤을 베드로는 보기만 했지만, 그는 보고 믿었다(요한 20, 6.8). 그는 보고야 믿었지만 우리는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으니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요한 20, 29).
우리의 하느님 숭배는 사랑과 친밀이다. 예수님은 요한 사도만 더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하느님의 마음을 지니셨다. 우리 하느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 45). 요한이 스승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거다. 그는 다른 제자들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했다. 하느님은 모두 사랑하시지만, 모두가 그것을 알고 하느님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유다와 베드로는 스승을 배반했었고 둘 다 뉘우쳤다. 그러나 유다는 자살했고(마태 27, 3-5), 베드로는 남아서 배반의 상처를 치유 받고 주님을 더 사랑하게 됐다. 하느님은 각 개인을 모두 사랑하신다. 그런데 하느님을 신뢰하고 사랑함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은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만큼만 안다.
예수님,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니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삽니다. 하느님은 제가 알 수 없어 사랑할 수 없지만, 사람이 되어주셔서 제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거저 얻은 이 신적인 친밀감을 이웃과 나누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더 깊이 알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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