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믿는다는 것은
사람은 배워 아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상이 이렇지 않을 거다. 그 대신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이 믿는 대로 행동한다. 이 믿음이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을 향한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스도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입만 하느님을 믿고 발만 성당을 다닌다. 선택과 행동은 늘 하던 그대로다. 기도할 때 결심은 뜨겁지만 그 밖에서 하는 행동은 딴판이다. 그러고는 괴로워한다. 부끄럽고 괴로워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느님을 싫어하거나 그분 말씀을 무시하지 않는다. 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하느님 법이 아닌 다른 법들이 내 안에 아주 깊게 새겨진 탓이다. 바위를 파서 새긴 글씨처럼 지울 수 없다. 그 바위를 부수지 않으면 그 글씨들을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그것들과 함께 지낼 수밖에 없다. 이런 우리 딱한 처지를 하느님은 잘 아신다. 예수님이 전해드렸을 거다. 정말 감사하다.
구원은 단일하게 되는 거다. 하느님 말씀을 말 그대로 하느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그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거다.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내 안에 깊게 새겨진 그 법들은 여전히 남아있어 힘을 쓸 거다. 그 기운을 안 느낄 수 없고 그 외침이 안 들릴 리 없다. 느끼고 들리지만 그러려니 하고 하느님 계신 쪽을 향하고 그분 계명대로 행동하는 거다. 그제야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는 거다. 반석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하는 거다.
예수님, 이런 저를 이해해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뼛속까지 박혀 있는 그것들을 단번에 빼낼 수 없습니다. 아니 평생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걸 빼내라고 하신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것은 거짓말이나 위선이 아닌 줄 잘 아십니다. 정말 그러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마음이 도무지 바뀌지 않으니 억지로라도 주님 계명을 지켜 바꿔보려는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예수님이 왜 저희를 어머니 손에 맡기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리고 죽는 그 순간에도 저를 도와주시고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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