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0월 11일 숨 쉬듯 기도하기

 

10월 11일 숨 쉬듯 기도하기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형제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기도이다그리고 면담 때마다 제일 먼저 묻는 것도 기도생활이고내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도 기도에 관한 것이다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지낸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을 텐데도 기도를 가르쳐주시지 않았던 것 같다제자들이 주님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루카 11,1).” 달라고 청해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셨다아마도 그들이 청하지 않았으면 가르쳐주지 않으셨을 것 같기도 하다.

 

왜일까?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루카 5,34-35).” 바리사이 율법학자들이 당신의 제자들이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고서 왜 그들은 단식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을 때 하신 대답이다그렇다당신과 함께 있는 데 무슨 단식과 기도가 필요했겠는가잔칫집에서 단식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신랑과 함께 있는 신부가 무엇이 아쉽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기도하셨다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기도하신 것이 아니라당신의 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분은 기도하셨을 것이다제자들은 스승이 앞에 계시고언제나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그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데 어디에 가서 무슨 기도를 한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예수님은 살아계시지만 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계시기 때문이다볼 수 없으나 그분은 우리를 보고 계시고들을 수 없으나 그분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씀하시고느낄 수 없으나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믿음이 약하니 기도해야지마치 그 때 제자들이 그런 것처럼 그분과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마치 호흡하듯이 언제나 기도해야 한다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고인간은 본시 영원을 생각하지 않으면 죄악에다 몸과 마음을 팔아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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