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7월 15일(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다시 잘 듣기 (+ mp3)

7월 15일(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다시 잘 듣기

 

이스라엘은 수차례 주변 강대국의 침공을 받아 도시가 파괴되고 백들이 살해되고 임금까지도 노예로 끌려가는 일을 당했다. 구약경은 하느님이 당신 백 이스라엘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살며 우상숭배까지 하니까 그렇게 그들을 훈육하셨다고 전한다.

 

하느님이 정말 이스라엘을 벌하셨을까? 그건 하느님을 직접 뵙고 여쭤봐야 알 것 같다. 선하기만 하신 하느님은 파괴와 살해 등 악한 것을 계획하실 수 없으니 그건 하느님이 진짜로 그러셨다는 것보다는 예언자 혹은 신학자들이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느님이 벌을 주시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일을 겪었고, 그걸 통해 무엇을 깨달았느냐가 중요하다.

 

온 세상이 시련을 겪고 있다. 이미 불평등, 불공정, 불의로 세상살이가 힘들었는데 코로나 감염의 공포로 더 힘들어졌다.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도와주고 싶어도 만남 자체를 어렵게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비대면이 대세란다. 물건 구입, 강의, 회의는 가능하겠지만 사람은 모니터만 보고 살 수 없다. 전선을 타고 모니터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 기도는 혼자 하지만 이웃과 함께 있고 서로 만나야 사랑할 수 있다.

 

마스크를 써서 숨쉬기 힘든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게 참 답답하고 속상하다. 어제는 이런 현실이 너무 속상해서 마스크를 집어 던져버렸다. 코로나가 하느님의 벌일까? 그럴 리 없다. 바이러스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원인은 잘 모르지만 이것은 분명 인재다.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는 이 시련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인류는 정말 하나의 큰 공동체이고, 그동안 너무 시끄럽게 살았으며, 교회가 세속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모두 처음 듣는 게 아니다. 들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마음에 새기지 않았다. 예상이나 바람보다 이 시간이 길어져서 힘들지만 우리는 이 시련을 견디고 또 이겨낼 것이다. 그러니 짜증 내지 말고 차분히 아프게 깨달은 것들을 마음에 새기고 그대로 실천하자.

 

주님, 마음이 어두워지려고 하면 눈을 감고 그 마음의 문을 열어 빛이신 주님을 맞아들입니다. 행동하는 게 위축되는 것 같으면 밖으로만 향하던 눈을 돌려 제 집과 제 안을 들여다봅니다. 저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먼지 덩어리들이 보이고, 해야 하는 데 그동안 미뤘던 일들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들을 하는데 오늘 하루가 짧을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모님,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온 세상을 위로하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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