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5월 26일 하느님을 알기 (+ mp3)

5월 26일 하느님을 알기

 

복잡한 제품설명서를 읽기보다는 시연을 보고 따라 하는 게 훨씬 좋다. 백 마디 말보다는 모범을 남겨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셨고(콜로 1,15), 책을 쓰신 게 아니라 당신의 삶을 제자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넣으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표징인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 하느님의 희생을 남기셨다.

 

자신을 위한 희생보다 더 확실한 사랑의 표징은 없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듣는 인류 보편 언어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은 분에게 시선이 멈추고, 어떤 음식을 맛보고 가슴이 뭉클한 게 다 이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소유하는 데 친절, 선행, 희생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지만 그 대신 스스로 그에게 속하고 그와 하나 되기를 바란다.

 

하느님은 사람을 잘 아신다. 손수 빚어 만드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예수님이 알려주셨기 때문일 거다. 사람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아신다. 그래서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당신 오른 편에 계신 예수님께 맡기셨을 거다. 다스림도, 심판도 모두 말이다. 예수님은 하늘과 을 잇는 다리이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이시다.

 

어느 영화에서 보니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예수님이 나 때문에 저렇게 되셨다니 고맙다기보다는 너무 죄송스러워 두렵기까지 했었다. 잘 살아야 하고 죄짓지 말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위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참 모른다. 그분이 하느님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까지는 사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참사랑은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으니 절대로 위협이 될 수 없다. 영원한 생명이 뜬구름처럼 느끼는 이유도 하느님을 모르고 우리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은 참되시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요한 17,3).

 

주님, 간혹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송구하고 조심스럽게 느낍니다. 주님 안이 아직은 엄마와 함께 살 때보다는 편하지 않습니다. 아직 하느님을 잘 모르기 때문이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엄마 품보다 더 편하고 안전한 곳이 주님 품이란 걸 느끼고 깨달을 때가 오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이 어머니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신 건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사람을 아시는 예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당신 품보다 더 편하고 안전한 하느님의 품으로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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