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어둠을 몰아내는 빛
고해성사를 준비하는 마음은 언제나 무겁고 어둡다. 그 어둠은 고해실 안에서 절정을 맞는다. 고백이 끝나고 고해사제의 권고, 보속 그리고 사죄경을 듣기 전 몇 초의 침묵이 그것인데, 마치 변호인 없이 홀로 재판관의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 같다. 하느님의 용서를 잘 알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벌을 두려워하며 기다린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사시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 그 중에서도 용서와 치유는 그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가장 확실한 하느님 현존 체험일 것이다. 교회는 예수님의 일을 이어간다. 주님의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 안에서는 온갖 생명이 우글거리며 되살아난다(에제 47,8)고 했으니 교회 안에서 사람들은 상처를 치유 받고, 무너진 마음이 위로받으며, 없어졌던 삶의 희망이 생겨나야 한다. 그곳은 세상의 어둠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쫓겨나는 곳이다.
교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교리와 문헌 그리고 규범을 쏟아내는 곳이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가난한 이들이 넉넉해지는 풍요로운 아버지의 집이다. 새로운 하늘과 땅, 살아있고 움직이는 성전이신 예수님의 성령이 그 거룩한 일을 이어가신다.
그분은 내 마음 안에서 선행과 사랑의 거룩한 일을 하도록 나를 일으켜 세우신다. 그분이 일하시기 위해서 나는 철저하게 가난해져야 한다. 십자가에서 벌거벗겨져 당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하신 예수님이 그 가난의 모범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영원한 생명은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살아계셔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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