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0월 21일 사랑의 성체
예수님은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셨고 당신이 아니어도 그 불이 타올랐기를 바라셨다(루카 12, 49). 그 불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예수님이 안타까워하신 걸 보면 우리는 본래 하느님을 사랑했거나 또는 사랑해야 한다.
성경은 우리가 죄의 노예라고 말한다. 노예란 말이 듣기 싫지만 맞는 말이다. 싫어하면서도 매번 그렇게 그리고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고야 마니 말이다. 이렇게 딱한 처지에 있는 나를 예수님은 그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켜 주신다. 죄와 맞서 싸우게 하신다기보다는 당신처럼 하느님을 사랑하게 하신다.
죽음은 정말 강하다. 지인의 부고는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해외에 있는 이들도 날아오게 만든다. 예수님의 불은 당신의 죽음으로 타오른다. 그것은 오래전 한 번 타올랐던 불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타오르는 불이다. 예수님은 성찬례 안에서 당신 목숨을 내어주시며 내 안에 그 불이 꺼지지 않게 하신다. 불이 불순물들을 걸러내듯이 예수님의 죽음은 나의 죄와 허물을 씻어낸다. 그런데 그분은 이 위대한 일에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성체성사의 재료가 몇 십 원어치 빵과 포도주라는 것이 이것을 증언한다. 참으로 송구하고 감사하다.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느님을 좋아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이건 다 헛소리다. 하느님이 죄인들을 위해서 죽는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불이 불순물을 떨어내는 것처럼 하느님 사랑이 나를 죄에서 분리시킨다. 의지적인 노력은 별 효과가 없고 있어도 얼마 가지 못한다. 그 대신 나를 위해서 돌아가시는 하느님을 믿고 사랑할수록 더 빨리 죄에서 멀어진다. 그분을 믿고 죽는다면 그것들은 완전히 떨어져 나갈거다. 하지만 유혹을 담고 있는 이 육체를 입고 있으니 아직은 그런 바람처럼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최소한 성체를 모시는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완전히 자유롭다.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이 육체를 벗는 날,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내게 붙어 있던 죄책감, 후회, 미움, 억울함, 복수심 등 모든 불순물은 다 떨어져 나가고 순수하게 돼서 상상만 하던 참 좋으신 하느님을 직접 뵙게 될 거다.
예수님, 여러 가지 이유로 주님의 성체를 모실 수 없는 교우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성체가 쪼개져도 모두 온전한 주님인 것처럼 멀리서 마음으로 주님을 모시는 이들에게도 사랑의 불을 놓아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돌보시듯이 교우들을 돌보아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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