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십자가의 길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품으셨다. 이런 분을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보다 더 친근하게 대해야 하고, 그분은 부모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며,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 수없이 듣고 선포했지만 하느님은 여전히 불편하다.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내 안에 새겨진 죄로 기울어지는 성향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무의식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기회가 되면 죽음의 독침으로 나를 쓰러뜨린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죄에 대한 향수라고 유연하게 표현했지만 그의 공격에 나는 언제나 무방비 상태이고 매 번 패배한다. 그리고 매우 아프다.
모세는 새로운 땅,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에 앞서 백성들에게 이렇게 선포하였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 할것이다. 그러나 너희의 마음이 돌아서서 말을 듣지 않고, 유혹에 끌려 다른 신들에게 경배하고 그들을 섬기면, 내가 오늘 너희에게 분명히 일러두는데, 너희는 반드시 멸망하고, 요르단을 건너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신명 30,16-18).” 한 마디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이걸 누가 모르나? 그렇게 하고 싶어도 잘 안 돼서 탈이지.
하느님은 노아 방주 사건 이후 모세를 비롯한 여러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시며 백성들을 죽 지켜보셨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니 잘 따르지 못하는 그들이 참으로 안쓰러우셨던 같다. 그래서 마침내 당신 스스로 사람이 되시어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어려움과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기로 하셨다. 우리는 그것과 맞서 싸우려하지 말고 그것의 공격을 무시하고 그분의 뒤를 묵묵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맞아 넘어지면 툴툴 털고 일어나고 또 일어나 그분을 따르는 그 행렬을 따라가면 된다. 사실 이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예수님, 주님 뒤를 따릅니다. 제가 진 것은 주님 십자가의 모형도 될 수 없는데도 무겁게, 아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 같습니다. 이런 저 자신을 버리고 더디 걸어도 주님 뒤를 끝까지 따라가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체념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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