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순교자) 문 두드리는 소리
하느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신다. 언제 어디에나 계시고 온갖 방법으로 당신을 드러내시며 나에게 말씀을 걸어오신다. 그분은 자연 속에 계시고, 가족과 친구, 처음 만나는 이웃, 기쁨과 슬픔, 시련과 고통 그리고 그분이 안 계신 것 같은 메마른 마음 안에도 계신다.
하느님은 이렇게 나를 만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 계시니 이제 내 차례이다.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말씀을 건네 오신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안 들리는 척 그분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건 괜한 고집이다. 그분은 사람들의 그런 완고함과 냉랭함에 익숙하셔서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나의 마지막 날까지 문을 두드리실 것이다.
그렇게 내 안으로 살며시 들어오신 주님께 내 모든 삶의 이야기로써 응답한다. 나의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희망과 낙담, 애정과 미움 그리고 욕망과 죄까지도 모두 말씀드린다. 그분 앞에서 가리고 감추며 에둘러 복잡하게 말씀드릴 필요 없다. 시간낭비 정력낭비다. 그분 앞에서는 모든 이가 벌거숭이다. 게다가 내 삶을 말씀드리는 것은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그분이 나를 모르셔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잘 몰라서 묵상하고 주절주절 말씀드리는 것이다.
하루 온 종일 그리고 잠자며 꿈속에서도 보는 나인데도 나는 나를 잘 모른다. 그런데도 나에게 익숙하고 잘 안다고 착각한다. 내가 보는 나는 겉모양뿐이다. 육체, 생각들뿐이다. 이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는 가족과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겉모양만 보고 그를 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뜬 나, 집과 가정에서 만나는 낯익은 얼굴들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대하자. 그러면 주님께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더 잘 들릴지 모른다.
주 예수님,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도 저에게 말씀을 걸어오시니, 오늘 만나게 될 모든 사람과 일들 안에서 하시는 주님의 말씀에 응답하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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