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2월 8일 지키기

2월 8일 지키기

소중하고 귀한 것일수록 작다. 빛바랜 사진, 오래된 편지 몇 통, 아버지 글씨가 적힌 낡은 성가집, 어머니가 입던 작업복,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기 위한 작은 돌 등이다. 실생활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물건들이지만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죽는 날에도 버릴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가치들이 있다. 나무와 들꽃, 새와 야생동물, 습지와 산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자유, 평등, 평화를 이루려고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보존하고 이루려는 것들도 역시 작고 또 화려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폭력성은 이렇게 작은 것들에 장님이다. 그 안에는 오직 실용성과 이기심만 있어 이런 가치들을 보지 못한다. 세상에서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려는 마음과 그것들을 못 보는 폭력성이 충돌한다.

폭력과 비폭력이 싸우면 폭력이 이긴다. 그렇다고 그 가치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폭력성은 늘 그 자리 그 모양이지만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는 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겉으로는 폭력성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것이 아니다. 폭력성의 승리는 잠시뿐이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짓밟은 작은 것들이 되살아남을 두려워하게 된다. 잠시뿐인 승리감에 취해 있을 것인지, 아니면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지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선의 근원이신 예수님, 주님이 지키려 하셨던 그 소중하고 거룩한 가치들을 더욱 잘 보게 해주소서. 세상의 폭력을 두려워말고 마지막까지 그것을 지키는 편에 서게 하시어 마지막 날에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실용과 효용, 편리와 이기심의 유혹을 피하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