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연중 32주일, 평신도주일) 그리스도인
“땡그랑” 소리를 내며 동전 두 닢이 헌금함으로 떨어졌다. 한 가난한 과부가 하느님께 바친 헌금이었다. 그 과부는 남들이 자신의 초라한 헌금을 볼까 얼른 사라졌지만 그 모습을 예수님은 지켜보셨고 깊은 감동을 받으셨다. 부자들은 넉넉한 가운데 일부를 떼어 하느님께 드렸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남은 모든 것을 드렸기 때문이다. 그 여인이 예수님의 삶과 마음을 그렇게 드러내 줬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3-44).”
종교는 그 가난한 과부의 헌금처럼 전적인 신뢰와 남김 없는 헌신을 요구한다. 그 종교의 가르침 중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은 믿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믿지 않을 수 없다. 그 과부처럼 자신의 생활비 전체, 즉 삶 전부를 바치는 것이고, 그녀는 그렇게 하느님을 믿었고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 믿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받으신 하느님이 모든 삶을 지켜주신다는 확신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녀의 헌금에 깊은 감동을 받으셨다. 그것이 곧 당신의 삶이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당신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빵의 일부를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에게 바쳤던 사렙타의 그 가난한 과부에게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하셨던 것처럼, 당신의 뜻에 따라 십자가의 죽음까지 모든 것을 바친 예수님을 되살려내신 것처럼 하느님은 당신께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모든 것이 되어주신다(1열왕 17,15-16).
그런데 어떤 이들은 종교의 이런 원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운다. 바친 만큼 받는다고 가르치며 삶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한다. 고해소에서 만나는 그런 분들 거의 다가 이미 여러 번 고백을 했지만, 그 때마다 괴로워하며 운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는 짐작도 못한다. 그 시간에 내가 인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그분이 괴로움과 후회의 눈물을 다 쏟아낼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이들을 모아 치유를 위한 기도모임을 갖는다. 그렇게 깊은 상처를 치유 받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 얼마나 간절하겠나. 그 만큼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도 많을 것이다. 참으로 비겁하고 비열한 사람들이다.
반면에 하느님이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보살피신다는 가르침을 자신의 삶으로 세상에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주셔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세상에 알리셨다. 그분은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셨다. 그저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셨다. 그분처럼 세상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다.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은 이 위대하고 거룩한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성직자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다. 평신도가 없으면 성직자도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이 땅에 사는 하늘의 시민(필리 3, 20)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마태 5,13-16)이 되어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다(필리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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