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12일 용서를 위한 노력
주님의 기도는 제자들이 가르쳐달라고 해서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다. 예수님의 기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느님께 하는 기도이고 그분께 드리는 말씀이다. 자녀가 아버지께 드리는 말씀답게 온통 청원인데 그중 한 가지가 자녀의 결심이다. 그것이 용서다.
용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인간적인 행위이다. 예수님의 치유는 용서였다. 들것에 실려 온 그 중풍 병자에게 하셨던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는 말씀은 곧 거기서 일어나 걸어가라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마르 2, 5.9-10).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은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신다는 하느님의 약속이고 영원한 보증이다.
하늘나라는 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해주는 주인의 나라다. 예수님 시대 가장 큰 숫자 단위가 ‘만’이었고 가장 큰돈의 단위가 ‘탈렌트’였으니 만 탈렌트는 가장 큰돈의 액수였다. 거기서 나는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 하느님이 외아들의 죽음으로 이를 보증해주셨는데도 믿기 어렵다. 그건 아마도 용서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하느님께 이웃을 위해 복을 빌어줄 수는 있어도 나를 대신해서 그를 용서해달라고 청할 수는 없다. 용서는 오로지 내 몫이다. 숨 막히는 진실이다.
그런데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형제가 나에게 죄를 짓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상해를 입히거나 경제적인 손해를 입혔으면 고소와 고발을 통해 그와 법정에서 다툰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용서의 숙제는 대부분 그 사람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이다. 그는 그걸 모르거나, 안다 해도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니 그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거다. 그런 그와 말을 섞지 않고 그를 투명 인간으로 만든다.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를 감옥에 가둔다. 그러나 실제로 감옥에 갇힌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다. 그를 용서하지 않으면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세례를 받는다고 천사처럼 되지 않고, 수도서원을 한다고 성인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죄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받는다는 것을 안다.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으로 보증하신 이 약속을 믿을수록 그를 아니 나를 그 감옥에서 풀어주기 쉬울 거다.
예수님, 언제나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집니다. 기도하고 주님이 은총을 내려주셔도 싫은 사람이 갑자기 천사처럼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불편한 시간, 싫은 만남을 내색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겁니다. 그건 위선이 아니라 제가 주님의 계명을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그러다 보면 혹시 그가 좋아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주님의 계명을 끝까지 지킬 겁니다. 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받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는 참을 수 없지만 믿음의 은총으로 견디어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하느님을 신뢰하셨던 것처럼 아드님의 말씀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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