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8월 19일 제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MP3)

나해 8월 19일 제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행운이고 축복이다. 사랑하고 떨어지기 싫어 혼인한 부부들도 살면서 서로 맞지 않는 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대신 서로 배우자에게 마음을 맞추며 가정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 같다.

하느님과 나의 관계는 더 하다. 하느님의 마음에 하나도 남김없이 나를 맞추라고 요구받는다. 그냥 들으면 하느님은 매우 폭력적인 분이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구원도 하나이며 우리 하느님은 외아들을 내어주기까지 나를 사랑하신다고 믿는다면 그 요구에 기꺼이 응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봉헌한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부자 하느님께 봉헌은 결국 자기 포기이고,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유익하다.

오늘 첫째 독서에 나오는 판관 입타가 승전에 대한 감사 제물로 외동딸을 바치는 이야기는 듣기 참 거북하다. 고대 근동 지방에 사람을 신에게 바치는 나쁜 풍습이 있었음을 고려해도 여전히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봉헌함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하느님께 대한 서원이 그런 것이라면 아무도 그분과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한 약속도 무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입타는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이 서원한 대로 외동딸을 봉헌했다. 그는 외동딸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음을 증언했다.

입타는 지극한 고통 속에서 외동딸을 바쳤지만, 하느님은 외아들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는 이해가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하느님과 우리의 계약은 혼인 잔치에 비유된다. 둘이 하나가 됨이 혼인이고, 하느님이 묶은 것을 사람이 풀 수 없으니 하느님과 나의 결합은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 원하신 것이다. 외아들까지 희생시키며 바라신 것이다. 하느님은 이 혼인 잔치에 모든 이들을 초대하신다. 예수님 시대 왕족이나 귀족은 잔치 손님들에게 예복을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의 잔치에는 그 예복을 입은 사람들만 있었을 것이다. 낡은 자신의 옷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그 잔칫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런 그는 결국 쫓겨나 괴로워할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예수님, 혼인의 기쁨을 모르고 자식을 봉헌한다는 게 얼마나 크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봉헌은 곧 포기라는 것을 압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 그 빈자리를 하느님이 차지하십니다. 그렇게 주님의 사랑과 구원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구원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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