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29일(연중 제22주일) 나와 하느님
우리 하느님의 이름은 ‘예수님의 아버지’시다. 예수님이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바로 그분이시고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그분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입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실제로, 진짜로 그분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지인의 나눔이 기억난다. 하느님께 꾸지람을 들었다고 했다. 그 꾸지람은 하느님을 입으로만 아버지라고 불렀다는 자각이었고 뉘우침이었다. 그래서 그 꾸지람 덕분에 그는 병중에도 큰 위로를 받았고 평화롭게 아버지께 돌아갈 수 있었다.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며 입으로만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겠다. 자녀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다. 여기서 들음은 실천을 의미한다. 이 땅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소통하는 가장 쉬운 길은 그분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하느님의 말씀, 말 그대로 하느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그 말씀 안에는 우리 영혼을 구원할 힘이 담겨 있다. 입으로만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면 그 말씀을 실행할 것이다. 귀로만 듣지 말아야 한다. 귀를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말씀만 찾아다닌다고 그가 곧 주님의 자녀인 건 아니다. 아마 그날 주님은 그를 모른다고 하실 것이다. 주님, 주님 부른다고 모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마태 7, 21). 입으로만 ‘예.’라고 대답하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야고 1, 21-22).
오늘 전례 화답송의 시편은 하늘나라에 사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노래한다. 흠 없이 걸어가고, 의로운 일을 하며, 마음속 진실을 말하는 이, 함부로 혀를 놀리지 않는 이. 친구를 해치지 않고,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이. 악인은 업신여기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존중하는 이. 이자를 받으려고 돈놀이하지 않고, 죄 없는 이를 해치는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성당에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기도를 많이 하는 이도 아니다. 그들은 한 마디로 윤리적으로 선한 사람들이다.
이웃을 대하는 태도, 사회와 공동체에서 사는 방식이 곧 그의 하느님과의 관계이다. 이웃을 잘 대하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잘 들을 리 없다. 마스크 쓰고 백신 맞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이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것 말고 다른 더 좋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마스크 쓰고 백신 맞으셨을 거다. 답답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참는다. 그게 이웃사랑이고 그게 하느님 사랑이다. 오랜만에 찾은 감실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던 그 교우에게 알려주셨던 것처럼 하느님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싶으시지만 참고 계신다. 이렇게 하느님과의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순수해진다. 사랑하면 그의 말을 듣는 법이다.
예수님, 주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독백이고, 대화라고 해도 주님 부분은 저의 상상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믿음의 선물이고, 그 독백의 대화를 성령께서 하느님과의 대화로 이끌어주신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싫지만, 주님 말씀을 실행하려는 노력이 주님과 실제로 친해지게 만들어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더욱더 친해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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