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여린 바람
오늘도 이른 새벽 밥상을 준비하려고 하느님의 말씀을 읽어 내려간다. 아니 듣는다. 선풍기 바람소리도, 에어컨 실외기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도 없는 유난히 고요하다. 마음의 귀를 열고 말씀하시기를 기다리는 사이 눅눅하고 더운 방으로 열려진 창문에서 시원한 바람이 살며시 뺨을 어루만진다. 아! 그렇게 시원한 바람은 더운 방 안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분주하고 마음이 들떠 있으니 그런 바람을 알 수 있었겠는가?
우리 하느님은 벼락같이 급작스럽게, 천둥처럼 우렁차게 말씀하지 않으신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답지 않게 저렇게 여린 바람결에 당신의 말씀을 실어 보내신다. 매일, 매 시간, 쉬지 않고 잠자고 있을 때에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귀로는 들을 수 없고, 머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말씀이지만 그분은 우리의 마음에 대고 말씀하신다. 나는 느낄 수 없고 알 수도 없지만, 나의 영은 매우 기뻐하고 감격스러워한다.
오늘 복음에서 너무 실망하셔서 화를 내시며 저주에 가까운 말씀을 쏟아내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는데 마음을 돌리지 않는 이들에게 크게 실망하셨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애정이었다. 그 좋은 것이 바로 옆에, 바로 앞에, 그들 자신 안에 있다고 말하는 데도 그것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하셨을까? 그분은 정말 사람들을 좋아하셨다. 사랑하셨다.
하느님은 예언자들을 보내시어 우리들에게 말씀을 전하게 하셨다. 급기야 당신이 직접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여린 바람 속에 당신의 말씀을 실어 보내신다. 그저 고요하기만 하면 누구나 들을 수 있게 언제나 어디서나 말씀하신다. 오늘도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 오신다.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시편 9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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