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2일 자비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에서 이스라엘은 고기가 먹고 싶다고 울었다. 이에 주님께서는 대단히 진노하셨고 모세도 백성들의 행태에 마음이 언짢았다고 했다(민수 11, 10). 모세는 육십만 명이나(민수 11, 21) 되는 이들이 버겁게 느껴졌는지 차라리 자신을 거기서 죽여 달라고 청했다(민수 11, 15).
세례자 요한의 허망한 죽음 소식을 들은 예수님은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친척이자 동료 어쩌면 선배였을 요한의 그러한 죽음이 예수님께는 큰 사건이었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 당신이 겪게 될 수난과 죽음의 예고였으니 예수님은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셨을 거다. 그런데 당신을 따라서 온 수많은 군중을 보시고 그 계획을 즉시 바꾸셨다. 그들이 목자 없이 시달리는 양들 같아 가엾은 마음이 생겨 병자들을 고쳐주기 시작하셨다(마태 14, 14). 예수님의 마음은 곧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이다. 하느님의 연민은 자비의 샘이고 우리의 위경련 같은 것이다. 우리가 오직 통증 완화만 생각하는 것처럼 하느님은 비참한 인간을 구원해주시는 것만 생각하신다.
구약성서를 쓴 이들은 아직 하느님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고기가 먹고 싶다고 우는 이스라엘을 두고 진노하신 하느님과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은 좀 다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못난 백성들을 위해서 청하는 모세가 오히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예수님을 따라서 온 이들은 배고팠겠지만, 제자들 의견처럼 조금만 참으라고 하고 집에 가서 먹으라고 해도 되었을 거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그 자리에서 당장 먹이고 싶으셨다.
인간의 비참은 하느님의 위경련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비참한 상황에서 구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예수님은 그 뜻을 아셨고 그 즉시 당신 계획을 바꾸셨다. 수난과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류 구원이라는 당신의 중대한 사명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보다는 병들고 배고픈 이들의 눈빛이 그것을 뒤로 미루게 했다. 예수님에게는 자신의 계획보다는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 그분의 자비, 아버지 하느님을 그 극심한 고통에서 구해드리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했다. 예수님의 하느님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
예수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주님의 신뢰는 저에게는 정말 큰 도전입니다. 제가 나쁜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작은 이들의 요구 때문에 그 계획을 바꾸는 게 어렵습니다. 주님께서 아버지를 신뢰하셨듯이 저도 작은 이들 안에서 말씀하시는 주님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그에 따라 움직이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뜻을 이루려는 유혹을 알아채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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