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3일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시는 하느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신천지에 몰려가는 이유 중 하나는 성경을 아주 쉽고 명료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제멋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단어와 구절 몇 개로 짜깁기해서 성경을 요약한다. 수학 공식 외우듯, 역사책의 사건 연도 나열하듯 성경을 공부하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존경하는 한 수녀님이 유학 생활을 할 때 삼위일체 교리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궤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신학 공부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도서관에서 백발의 한 사제가 꾸부정한 자세로 돋보기를 들고 두꺼운 성경 주석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회심하게 됐다고 했다. 저 나이가 돼서도 여전히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이제 막 시작한 자신이 그런 불평과 의심을 했음이 부끄럽고 죄스럽게 느꼈다고 했다.
하느님은 이해와 깨달음의 대상이 아니다. 믿음의 대상이다. 믿지 않으면 그분에 대해 지푸라기만큼도 알아들을 수 없다. 영화가 끝나야 감독의 제작 의도를 알 수 있듯이, 다 살아야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인생을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 하느님께 가는 긴 순례로 해석한다. 인생의 믿음의 여정이다. 하느님 얼굴을 보면 죽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죽이는 분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날수만큼 다 살아야 비로소 하느님을 얼굴을 맞대고 볼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때까지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믿음은 내 안에서 점점 실재가 되고 현실이 된다.
시편 저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당신의 길이 바다를, 당신의 행로가 큰물을 가로질렀지만, 당신의 발자국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시편 77, 20).”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 가운데서 일하신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분은 드러내시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아 우리는 그걸 알지 못한다. 일이 다 끝난 후에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셨고 도와주셨음을 어렴풋이 알게 될 따름이다. 예수님이 밤에 풍랑에 시달리는 제자들에게 물 위를 걸어 그들에게로 다가가신 것처럼 그분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와 함께 걸으신다. 나에게 “나다(마태 14, 27).”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놀라지 않는 이는 복 받은 사람이다. 그에게 마지막 날은 고단한 순례를 마치며 드디어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뵙는 환희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던 주님도 밤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제 이웃을 보듯 하느님을 보신 것이 아니라 저희처럼 아버지 하느님을 믿으셔야 했나 봅니다. 믿음이 부족한 저에게 믿음의 은총을 더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계셔서 짙은 안개 속에서도 평화롭게 주님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영원한 도움을 받으며 자비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상상하게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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