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8일(연중 제 19주일) 순례 음식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는 카르멜 산에서 바알신의 예언자들과 대결해서 그들을 모두 죽였다(1열왕 18,20-40).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주님만이 참 하느님이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돼서 쫓기는 신세 되었다. 그는 두려워 목숨을 구하려고 광야로 도망을 쳤다. 그러던 중 지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였는지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가시라고 주님께 간청했다(1열왕 19,4). 하느님은 그의 청원을 들어주는 대신 오히려 음식을 마련해 주시며 계속 걸어 당신이 계신 산 호렙으로 오게 이끄셨다.
선하고 거룩한 결심을 할 때 마음은 뜨거워지지만 그 뜨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 결심대로 실천할 때 어려움을 겪고 반대를 받으면 뜨거웠던 마음은 급속히 식어버린다. 실망하고 원망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이 모두 그들 탓이라고 핑계를 댄다. 그들과 다를 게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생을 하느님을 찾아가는 긴 순례라고 여긴다. 세속적인 삶에서 거룩한 삶으로, 물질적인 존재에서 영적인 존재로 옮겨 간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하느님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을 알고 그분을 찾게 됐을까? 세례성사의 은총이라고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한 진정한 답은 하느님만 아신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는 이들에게 죽음은 끝없는 낭떠러지지만 우리에게는 고단한 순례의 끝이다. 신앙은 피안의 세계라는 진통제 아니라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음식이다.
참되고 충만해지기를 바라는 이들은 모두 예수님을 찾아온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인생을 알게 되면 기뻐하고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분은 우리에게 갈증을 일으키신다. 그것은 그분이 하느님을 아시는 유일한 사람이셨기 때문이고, 하느님이 이 순례의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그 갈증은 우리는 계속 걷게 하고 사랑의 하느님은 우리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손수 마련해 주신다. 예수님이 그 음식이고 그 음료다. 그분의 말씀과 삶을 묵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분은 당신을 우리에게 주신다. 그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분을 알고, 원수까지 사랑하고,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가장 큰 사랑, 참 사랑을 하게 될 때까지, 사랑이신 하느님을 얼굴을 맞대고 볼 때까지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
예수님,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주님이 아니면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합니다. 자주 넘어지고, 낙담하지만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이 순례를 잘 마칠 수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 손만 꼭 붙잡고 있으면 길을 잃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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