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폼페이를 가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가는 길은 우리나라의 시골풍경과 비슷해서 무척이나 정다웠다.
들판에 유채꽃, 개나리, 싸리꽃 같은 익숙한 꽃들이 가득해서 더욱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넓은 구릉지에 양 떼와 소들이 있고 사진에서 보았던 오래된 집들이 너무 멋졌다.
예전의 유명했던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한 나폴리 외곽도로를 지나 도착한 폼페이 유적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농업과 상업이 발달하여 귀족들의 후양도시로 유명했던 폼페이는 (Pompeii)는
1,600여 년 전인 기원전 79년 8월, 폼페이 전역에서 바라보이던 베수비오(Monte Vesuvio)의 화산폭발로
화산재에 파묻히고 말았다.
당시 화산 폭발로 도시는 물론 2만여 명의 주민이 산채로 매장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로부터 1,600여 년 이후 17세기에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도시유적은
다시 살아나 오래된 삶의 형태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매표소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멋진 가로수 길 건너로 보이는 유적지를 보며
앞으로 보게 될 모습들을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귀족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던 검투사들의 숙소에서 폼페이 유적지 탐방은 시작된다.
그들의 연습장. 생활공간들을 보면서 영화에서 보았던 대부분 노예였던 검투사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원형극장, 이어지는 거리와 주택들은 기원전의 생활이었는데도 오늘의 주거상황과 아주 비슷했다.
거리는 건널목과 인도, 마차도로가 구분되어ᅟ있었다.
자연채광과 냉·온탕이 완비된 목욕탕(Terme Stabiane)은 목욕 외에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정원을 비롯한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목욕탕 길 건너에는 빵집과 카페등 상가가 있었던 것을 보니
당시 사람들의 생활 습관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중심 광장에 있는 제우스 신전의 폐허 뒤로 폭발작용을 멈춘 베수비오 산이 보였다.
사람들은 화산 폭발의 징조로 산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와 불꽃의 위험을 모른 채
오히려 즐기면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순간에 일어난 대폭발은 도시를 삼켜버린 것이다.
그곳에는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장이 있었다. 유물들은 시기에 따라 바꿔놓는 것 같았다.
많은 그릇과 도구들, 자연적으로 미라화 한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한 임신부가 엎드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여자는 노예의 표시로 허리에 끈을 두르고 있었는데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밀려들자 뱃속의 아기를 보호하려고 엎드렸던 것이다.
아기와 함께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알 수 없는 한 여자노예의 삶이 애처로움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부유층이 살던 주택가로 이동했다.
폼페이에 오기 전에 책에서 보았던 목신의 정원(Casa del Fauno)이라고 부르는 집에 들어갔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하는 숲과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반인 반수인 신(Pan)은 이정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사진으로 볼 때는 정원의 연못과 목신 상이 제법 큰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연못도 아주 작았고
목신상도 약 50센티 정도 될까 하는 크기여서 조금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작은 목신을 크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집안의 바닥과 벽을 장식한 모자이크의 차분한 색조와 섬세함이 감탄스러웠다.
번성했을 당시 인구 2만이 넘었다는 큰 도시였던 폼페이 유적은 아직도 발굴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굴된 도시도 짧은 시간으로는 다 둘러볼 수 없었다.
지금도 폼페이에서 찍어온 사진을 볼 때마다 찾아갔던 장소와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오래된 건물과 옛사람들의 흔적이 주는 표현하지 못할 깊은 정감 때문이다.
당시 로마 최고의 휴양지였던 이곳에서 삶을 즐기다가 한 순간에 묻혀버린 폼페이 유적지는
언제일지 모르는 내 삶의 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장소였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 (마태, 2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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